기사입력 2001-02-15 오전 09:14:49

농어촌지역에서 일차보건의료를 담당해온 보건진료소가 잇따라 폐소되면서 이들 지역주민들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등 의료공백이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시·도의 경우 자체 조사를 벌여 시·군에 보건진료소의 재설치 또는 계속 운영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대한간호협회가 전국 보건진료소를 대상으로 운영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1998년 2020개소였던 보건진료소는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폐소 결정으로 지난 2년 사이 120개소나 폐소됐다.

또 현재 1900개소의 보건진료소가 운영 중에 있으나 119개소는 인근지역 보건진료원에 의해 운영되거나 보건진료원 이외의 인력에 의해 운영되는 등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보건진료소를 보면 인근지역 보건진료원이 겸직하고 있는 경우가 66개소로 가장 많았으며, 퇴직 등으로 인한 공석이 31개소, 폐소가 예정된 곳이 8개소, 보건진료원 이외 인력이 파견된 곳이 7개소, 공공근로자 등을 활용하고 있는 곳이 7개소 등이다.

이와함께 지난 2년 사이 폐소된 보건진료소를 시·도별로 보면 인천·경기지역이 32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부산·경남 31곳, 대구·경북 16곳, 광주·전남 13곳, 전북 12곳, 대전·충남 10곳, 강원 4곳, 충북 2곳 등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정원감축을 이유로 지난해말 폐소된 인천시 서구 오류보건진료소의 경우 인근 보건진료원에 의해 주 1회 문을 열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의 경우 의료기관과 약국이 전혀없어 인근 검단지역까지 나가야 하는 등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 주민들도 지난해 3월 오색보건진료소의 폐소로 환자가 발생할 경우 20여km나 떨어진 양양읍내에 있는 의료기관을 이용해야 하는 등 의료사각 지대에 놓여 있다.

특히 산간오지 무의촌 마을의 보건진료소가 무더기로 폐소된 경상북도의 경우 주민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인근 읍·면까지 먼길을 가야하는 등 위급한 상황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경북 예천군의 경우 19개 보건진료소 중 구계·은산·괴담 등 3개 보건진료소를 폐소해 주민들은 환자 발생시 25km나 떨어진 읍소재지 병·의원을 이용해야 하는 경제적·시간적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이 지역 한 주민은 "농촌지역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보건진료소를 찾는 이용자가 대부분 노인층인데도 보건진료소를 없애는 것은 너무 불공평한 처사"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같은 농어촌지역 주민들의 불편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조사에서도 밝혀져 주목된다.

전라남도는 지난해 도내 보건진료소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폐소된 구례군 오미보건진료소, 무안군 용정보건진료소, 신안군 우목·송공보건진료소 등 4개 보건진료소의 경우 재설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격일제로 운영되고 있는 해남군 연곡·산호·고당보건진료소와 영광군 화평보건진료소 등 4개 보건진료소는 계속적인 운영이 필요하며 광양시 황길보건진료소도 운영이 계속돼야 할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이들 시·군에 폐소하거나 통폐합된 보건진료소의 재설치 또는 계속 운영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농어촌 의료공백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농어촌보건의료발전총연합회 노경순 국장은 "지자체가 나서서 보건진료소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지자체 스스로 보건진료소의 중요성을 인정한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국장은 "최근들어 보건진료원의 복지문제를 이유로 정부가 보건진료원의 거주의무를 삭제하려는 것은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 진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농어촌 주민들의 현실을 왜곡하고 있는 처사"라고 지적하고 "거주의무가 삭제될 경우 보건진료소의 중요성이 희석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찬기 기자 ckbaik@nursenews.co.kr

백찬기  ckbaik@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