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2-07-11 오전 10:19:12

"싫어요!" "안돼요!"
　
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여성회관. 초롱초롱한 눈빛의 아이들이 고사리손사래를 치며 야무지게도 대답한다. 선생님의 질문은 "누가 내 몸의 소중한 곳을 만지려 하면 어떻게 해야하죠?"이다.

　너댓살 꼬마들에게 `소중한 곳'은 자신의 성기이며 스스로 잘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명쾌하게 가르쳐준 오늘의 선생님은 바로 간호대학생 언니들이다. 적십자간호대학 아동간호학 전공동아리인 `어린이안전연구회'에서는 어린이성폭력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의왕시 영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교육봉사를 벌이고 있다.

　이날 3개 어린이집 160여명의 아이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교육에서 간호대학생들은 남녀 신체에서 엄마 아빠가 되기 위한 부위가 어디이며, 왜 소중하게 지켜야 하는지를 재미있는 그림과 해설로 가르쳐줬다. 어린이 성폭력 사례를 소재로 한 인형극의 막이 열리자 떠들고 장난치던 아이들의 시선이 조용히 한곳에 모아졌다.

　여섯살 황선영 어린이(의왕시 삼성어린이집)는 "인형극에서처럼 누가 옷을 벗기려 하면 엄마한테 달려가 꼭 이를 것"이라며 똑부러지게 말했다.

　이같은 공연형식의 교육을 위해 학생들은 많은 준비를 해왔다.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기 위해 그림, 인형, 무대를 정성스레 만들고 인형극 각본을 쓰는 한편, 구연을 위한 나레이션 실력도 갈고 닦았다. 전체 진행, 인형연기, 나레이션, 노래, 율동, 반주, 조명 등 역할을 분담해 이뤄진 어린이성폭력 예방교육은 하나의 멋진 작품이 돼 무대에 올려질 수 있었다.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정계화 학생은 "성실히 연습한 뒤 무대에 서서 아이들의 호응을 피부로 느낄 때면 보람이 크다"면서 "그림이나 스토리에 새 아이템을 계속 적용해 공연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후배들을 격려하러 온 서경주 학생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아동간호에서 어린이 안전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면서 "성폭력 예방교육은 반드시 간호에서 해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프로그램은 올해의 의왕시 지역사회건강강좌 아동청소년프로그램에 공식 선정되기도 했다. 의왕시 정신보건센터 최정희 간호사가 어린이안전연구회의 프로그램을 시에 제안해 관학 협력사업으로 실시할 수 있게 된 것. 최 간호사는 "지역에서 반응이 매우 좋아 하반기에 5∼6차례 더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아리를 총지도하고 있는 조갑출 교수는 "우리 사회는 아직도 성에 관한 담론 자체를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성폭력 안전장치나 교육도 턱없이 부족해 어린이들이 성폭력을 비롯한 각종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지적하고 "성폭력 상황에서 아이들이 `NO'라고 당당히 표현할 수 있고 부모에게 이야기하도록 교육함으로써 어린이를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미경 기자 mkpark@nursenews.co.kr

박미경  mkpark@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