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4-01-29 오전 08:56:18

　"31년간 명예와 헌신, 영광의 상징이었던 군복을 벗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습니다. 그동안 넘치도록 받은 사랑을 사회로 돌려주는 삶을 살겠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장군으로서 2년간의 임무를 마친 양승숙 국군간호사관학교장이 9일 전역식을 끝으로 군 생활을 마무리했다.

　"사람들은 화려한 결과에 집착하지만 그 결과를 이루기까지의 하나하나 과정이 더 소중한 법"이라는 양 장군은 "여성장군으로 보낸 2년은 물론 31년의 군생활 모두가 소중한 삶이었다"고 말했다.
　
양 장군은 대학시절 야전병원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매시'를 보고 간호장교의 매력에 흠뻑 빠져 1973년 간호후보 29기로 간호장교의 길에 들어섰다.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비판하고 필요한 정책은 어떤 경우에라도 관철시키는 뚝심을 발휘해 `간호의 강성'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준장 진급과 함께 국군간호사관학교장에 재임명된 양 장군은 군진간호연구소 정식 편제 등록, 간호사관학교 남학생 입학 허용, 생도숙소 증축, 교수요원 전문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비롯해 다양한 업적을 이뤄냈다.
　
여성장군 1호라는 유명세도 톡톡히 치렀다. 거리에서 사인공세에 시달렸으며 결혼식에 군복을 입고 와달라는 주문을 받기도 했다. 간호장교로 복무하면서 인연을 맺은 4∼50대 예비역들의 축하전화도 쇄도했다고.
　
양 장군은 지난해 간호장교로는 처음으로 근속 30주년을 맞았다. "여성이 직장생활을 하려면 가족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며 "고3 등 중요한 때에 엄마로서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는데도 언제나 엄마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믿고 따라준 딸들에게 고맙다"며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표했다.
　
"제가 행한 모든 일들이 여성장군의 전통이 되고 제가 남긴 발자취가 여성장군의 역사가 된다는 생각으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래서 후회도 아쉬움도 없습니다."
　
이재순 장군이 두 번째 여성장군에 선정되던 날 모처럼 숙면을 취했다는 양 장군은 "간호사관학교장 임용 대상이 장군으로 개정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며 "지금까지처럼 결과에 연연하기보다는 과정에 충실한 삶을 살겠다"며 말을 맺었다.

이월숙 기자 moonlee@nursenews.co.kr

이월숙  moonlee@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