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4-02-12 오전 09:11:10

　지난해 치러진 제45회 사법시험에서 노서영 간호사가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연대 간호대학 4년을 마치고 간호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후 복수전공으로 법학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간호사 법조인'의 꿈을 키워왔다.

　노 간호사를 법학도의 길로 이끈 결정적 계기는 간호학생 실습 때 우연히 목격한 의료사고였다. 말로만 들어온 의료분쟁의 현장에서 의사, 환자, 간호사의 입장이 서로 다름을 보며 `진짜로 억울한 사람'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싹텄고, 법전과 판례집을 펴보는 일이 점점 흥미를 더해갔다고.

　간호학과 법학 학사학위 두 개를 가슴에 안고 졸업한 1999년 이른봄부터 본격적인 고시공부에 돌입했다. 의사인 남편과 결혼하고 시부모님을 모시며 두 자녀도 낳아 기르는 등 가정생활과의 병행이 쉽진 않았지만, 사시합격의 일등공신이 바로 `가정'이라고 노 간호사는 주저없이 말했다.

　“날마다 첫새벽부터 저를 신림동 고시학원으로 통학시켜주신 시아버님을 비롯해 가족들이 저의 가장 든든한 지원병이었죠. 저에게 힘나는 격려이자 묵직한 책임이었던 결혼생활이 비장의 무기였습니다.”

　노 간호사는 우리나라 법조계가 아직 분야별로 전문화되지 못해 다양하게 발생하는 소송들을 정확한 시각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간호학 전공자로서 의료관련 소송에서 누구보다 공정성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간호학-법학의 유사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처한 인간을 `측은지심'을 밑바탕 삼아 옹호하는 학문이라는 면에서 그렇다는 것.

　“간호사는 사람을 이해하고 귀기울이는 태도가 몸에 배어있어 훌륭한 변호사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습니다.”

　오는 3월부터 사법연수원에서 2년간 실무훈련을 받게 될 노 간호사는 “법에서도 중요한 덕목인 `인간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가르쳐주신 간호대학 교수님들께 감사한다”면서 “언제 어디서든 간호사임을 잊지 않고, 법조인으로서 간호의 파워를 키우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미경 기자 mkpark@nursenews.co.kr

박미경  mkpark@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