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4-02-12 오전 09:13:41

　“신인작가 김성민이 간호사 출신이어서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연극인이자 문학인으로 삶의 행로를 바꿔 걸어가고 있는 간호사 김성민 씨가 2004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돼 화제다. 그의 출품작은 `그녀가 본 세상'. 맹인 아내와 남편, 아들간의 진솔한 사랑을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언어로 형상화한 수작이다.

　1986년 국립의료원간호대학을 졸업하고 국립부곡정신병원에 재직 중이던 김 간호사는 학창시절부터 자신을 매료시켰던 연극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해 대학로행을 결심했다.

　관객과 눈을 마주치며 함께 호흡하는 무대예술의 매력에 빠져 `배고픈 직업'의 길에 기꺼이 뛰어든 그는 4년간 배우로 활약하다가 1995년 세종대 국문과에 진학, 희곡을 비롯한 글쓰기 훈련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간호학 공부에 열심이던 학생 시절 이야기, 병원에서 겪은 여러가지 경험 등이 글 쓰는데 좋은 소재가 돼왔고 귀한 영감을 불어넣어 줬어요. 지금은 간호현장을 떠나있지만 한번 맺은 인연은 쉬이 끊어지는 게 아닌가 봅니다.”

　당선작 속 주인공에게서 인간에 대한 따사롭고 성실한 시선을 지닌 간호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여인은 사람들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는데… 어느 새 다른 사람들도 여인을 따라 서로의 상처를 만져주기 시작했어요… 엄마였어요'라는 아들의 대사에서, `낯선 사내의 머리를 자신의 무릎에 잘 받친 뒤 가슴에 난 상처를 붕대로 정성껏 감싸주기 시작한다'라는 지문에서, 간호의 이미지는 오버랩된다.

　지금 한국방송작가협회교육원에서 드라마를 공부하고 있는 김 간호사는 앞으로 기회가 닿으면 메디컬 드라마도 써볼 생각이다. “대중매체 속 간호사가 보조적 인물에 그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간호사를 정체성이 확고하며 독자적 분야의 인물로 새롭게 그려보고 싶다고.

　연극동료인 남편과 함께 소극장을 운영하는 게 꿈인 그는 “글 쓰는데 알게 모르게 밑거름이 돼온 간호사로서의 경험을 늘 소중히 여길 것”이라며 말을 맺었다. 김 간호사의 작품은 오는 4월 신춘문예 당선작 연속공연에서 초연될 예정이다.

박미경 기자 mkpark@nursenews.co.kr

박미경  mkpark@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