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9-22 오전 11:25:47

“한국의 깊은 맛 배우는 행복”

“장구는 간호와 함께 제 생활의 일부입니다.”
이귀점 간호사(대구가톨릭대병원)는 장구 마니아다. 다니는 성당에서 사물놀이패 구성원으로 활동하며 장구를 분신 삼아 하루도 연습을 거르지 않는다.

이 간호사는 리비아에서 살다 왔다. 미국 등을 여행하면서 교포들의 집에서 민박할 때 감사의 뜻으로 장구가 그려진 액자를 선물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당시 교포들이 `장구 연주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잘 할 줄 모른다'고 대답한 것이 마음 한 구석 계속 남아있었다고.

귀국 후 다니던 성당에 마침 사물놀이패가 있었고 이 간호사는 과거의 일이 생각나 본격적으로 장구연습에 뛰어들게 됐다. 성당 사물놀이패 20여명 가운데 함께 호흡을 맞추는 장구팀은 약 10명으로 모두 장구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간호사는 그가 유일하다.

10월 9일에는 대구지구 천주교회 전체공연이 예정돼 있어 성당 사물놀이패 장구팀 멤버들과 함께 준비에 한창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맘껏 뽐낼 수 있는 기회다.

이 간호사는 장구 말고 수영도 즐긴다. 하지만 장구에는 못 미친다고 한다. “수영은 전신운동이라 그런지 참 좋기는 한데 장구와는 좀 달라요. 분명 장구는 수영과는 다른 어떤 맛이 있어요.”

사실 일과 후에 따로 시간을 내 매일 연습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 바로 이 `맛'이 그가 장구연습을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이귀점 간호사는 장구 연주활동을 직장동료나 주위에 많이 알리지 않는다. 혼자 좋아서 하는 일인데 뭐 대단한 일이라고 알리기까지 하느냐는 것이다. 내년 2월이면 이귀점 간호사가 장구를 배우고 연주한 지 2년이 된다. 그의 단짝 친구인 장구의 나이와 같다.

“사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장구에 대해 공부하고 연습할 것이 많고, 만약 기회가 된다면 꽹과리, 북 등도 배워보고 싶다”면서
“그래야 사물놀이를 더 깊이 알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역시 마니아였다.

이낙규 기자 nexus@koreanurs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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