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4-18 오전 09:21:07

아이를 받는 일이 마냥 즐겁고 행복하다. 갓 태어난 아이가 건강하게 엄마 젖을 먹는 모습을 보면 늘 가슴이 뛴다. 25년을 조산사로 한 길을 걸으며 자연분만으로 받아 낸 아이가 5000명을 넘는다.

　제주도 유일의 조산원을 꿋꿋이 지켜오고 있는 김순선 원장은 "제 손으로 받은 아이가 자라서 결혼을 하고 분만하러 다시 찾아왔을 때 마치 손자를 얻은 것처럼 기뻤다"며 자랑한다.

　제주시내 중심에 위치한 김순선 조산원에서는 매달 20여명의 새 생명이 태어난다. 분만 건수로 보면 도내에서 4번째 정도 된다. 정상 범주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병원에 의뢰하는 등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기 때문에 산부인과 의사들과도 갈등 없이 윈-윈 하고 있다. 유니세프가 모유수유를 실천하는 기관에 부여하는 명예인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으로도 선정됐다.

　이곳 조산원 거실에는 행복하게 출산한 산모들이 쏟아내는 유쾌한 수다가 넘친다. 자연스럽게 젖을 물리고 모여 앉아 `속눈썹이 예쁘다' `머리카락이 많이 자랐다'며 아이들 이목구비를 살피는 모습이 친자매들처럼 다정하다. 조산원은 산후조리를 할 수 있는 모자동실 13개를 갖추고 있다.

　"임신부는 환자가 아니며, 출산은 행복한 경험이 돼야 합니다. 내 집 같이 편안한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돕는 것이 조산사의 역할이죠." 김순선 원장의 지론이다.

　편안한 분만을 유도하는 비법은 덕담에 있다. "엄마의 배를 만져주면서 `우리 아이 복덩이, 순둥이, 착한둥이 되라'고 얘기합니다. 신통하게도 정말 순산하게 되죠. 아이가 세상에 얼굴을 내민 첫 순간에도 건강하게, 효자로, 지혜롭고, 정직하게 자라라고 축복해 줍니다."

　자연분만을 할 수 있도록 임신부들을 충분히 준비시키는 데도 힘쓰고 있다. 조산원에서 매주 금요일 저녁 `임산부교실'을 열고 있으며, 4주 과정으로 무료다. 특히 `김매기 운동'으로 이름 붙인 산전운동, 모유수유를 위한 유방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남편들도 함께 교육을 받는다.

　김순선 원장의 휴대폰은 임산부들을 위해 24시간 핫라인으로 열려 있다. 조산원을 다녀 간 엄마들은 하나 같이 그의 열렬한 팬이 되어 육아상담부터 시시콜콜 고민거리까지 의논한다.

　김순선 원장이 조산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제주한라대학 간호과 1학년 시절. 요즘 젊은이들 말처럼 "운명처럼 필이 꽂혔다"고 한다. 그리고 꿈을 이뤘다. 1983년 처음 조산원 문을 열었고, 지금까지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 없이 신명나게 일했다. 앞으로 새 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현대화된 조산원, 산후조리원, 영아전담보육시설을 함께 세워 내년에 오픈할 예정.

　"자연분만을 선호하는 문화가 되살아나야 합니다. 보험수가도 현실화돼야 하고요. 조산원을 살리는 일에 모두가 관심을 갖고 나서야 할 때입니다."

　김순선 원장은 보다 많은 조산사들이 사명감을 갖고 현장에서 일하게 되길 바란다. 현재 전국에 개업한 조산원은 40여 곳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 믿는다.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아이를 받고 싶다는 김순선 원장은 마라톤으로 체력관리를 한다. 55세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하프코스 경기를 거뜬히 소화해 내면서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요즘 기도 제목이 하나 늘었다. "조산사를 두 아들의 며느리로 들여 조산원을 가업으로 물려주고 싶은 소망입니다."

정규숙기자  kschung@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