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2-12 오전 10:21:54

　마술사복을 입은 간호사의 손길이 닿자 텅 빈 냄비에 사탕이 가득 쌓이고, 빈 봉투에서는 선물상자가 연달아 나온다. 신비로운 마술에 매료된 환자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한다.

　“마술은 뭐든지 이뤄낼 수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 간호는 환자들에게 치유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죠. 간호가 바로 마술이 아닐까요?”

　마술의 매력에 푹 빠진 현윤정 간호사(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수술실)의 둥그런 눈에 웃음이 가득하다. 다방면에 호기심이 많은 그는 우연히 마술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됐고, 마술의 매력을 깨치고 나서는 환자들에게 그 세계를 선사하고 싶었다고.

　“마술을 선보일 때면 환자들의 마음과 만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참 간호를 깨닫게 해준 마술이 그래서 더 고맙고 좋아졌죠. 환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간호의 본래 모습이잖아요.”

　현윤정 간호사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동영상을 보며 마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1년 전부터 국내 최대 마술엔터테인먼트인 매직캣에서 강의를 들으며 본격적으로 마술을 익혀왔다. 그가 세간에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 한강성심병원이 주최한 인터넷 홍보 경진대회에서 마술 UCC로 대상을 수상하면서부터. UCC(User Created Contents)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직접 제작하는 콘텐츠를 말한다.

　“평소 노인시설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했었어요. UCC를 제작하기 위해 처음으로 병원 입원환자들 앞에서 게릴라 마술쇼를 했는데, 아주 호응이 좋았죠.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고,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은 순식간에 조회 수 5만 건을 넘겼어요.”

　신문과 방송에서 인터뷰 요청이 이어졌고, 유명세를 타게 됐다. 병원 측에서도 정기적으로 공연을 해보라며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며 겸손하게 한 걸음 물러선다.

　현윤정 간호사의 마술에 환자들은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다. 바로 환자들 마음의 문을 열어 주었기 때문이다. 간호사이며 마술사로서 그가 추구하는 것은 `대중과 소통하는 마술'이다.

　“마술 연출에 중점을 두다 보면 자칫 관객과는 단절되기가 쉬워요. 전 환자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마술을 하고 싶습니다. 마술의 신비한 힘 `희망'을 환자들에게 전해주는 것, 그것이 또 하나의 간호라고 믿기 때문이죠.”

김경원기자  kwkim@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