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6-24 오전 09:32:00

◇소설가 늘봄 전영택의 장녀
◇한국간호 성장의 토대 마련
◇간호협회장 시절 신문 창간

　“간호는 인간의 삶을 함께 나누고, 귀 기울이고, 자리를 같이하는 사랑과 봉사다. 환자의 문제를 뿌리 깊이 파고 들어가 그들이 요구하는 것을 충족시켜야만 비로소 전인간호라 할 수 있다.”

　“좋은 간호사가 되기 전에 좋은 인간이 돼야 한다. 간호학은 인간을 만드는 학문이다.”

　간호 교육자이자 행정가로 큰 족적을 남기며 시대를 앞서간 20세기 최고의 여성 메풀 전산초 선생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 나왔다. `현대 한국 간호학의 어머니-메풀 전산초 평전'은 살아 있는 한국의 간호역사 그 자체다.

　메풀(山草)은 신문학운동을 주도한 소설가 늘봄 전영택과 독립유공자 채혜수 사이에서 7남매의 장녀로 태어났다. 목사인 아버지는 인생의 스승이자 든든한 후원자였으며, 장로인 어머니는 강인함의 원천이었다. 문학소녀 메풀은 독실한 신앙인으로 성장했다.

　여성 지도자가 되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면서, 세브란스간호학교(연세대 간호대학)에 입학했다.

　연세대에서 33년간 몸담으며 한국 간호학의 선진적인 체계를 세웠고, 인간중심의 간호이론 `전인간호'를 주창했다. 한글교재가 귀하던 시절 간호학 서적 집필에 힘을 쏟았다. 간호학 교과과정을 의학적 모델에서 간호학적 모델로 전면 개편했다. 간호학연구소를 창립했고, 국내 최초 간호학 박사과정을 개설했다. 메풀의 확고한 신념과 개척정신, 용기와 열정이 이뤄낸 결실이다.

　대한간호협회 회장으로 일하며 한국 간호의 성장과 도약의 토대를 마련했고, 간협신보(현 간호사신문)를 창간했다. 대한간호정우회 초대회장을 지냈다. 동산간호전문대학 학장으로 취임해 계명대 간호학과로 승격시키는 데 기여했다. 나이팅게일 기장을 수상한 후 “문제를 발견하면 뿌리까지 도려내는 날카롭고 철저한 성격이었던 나이팅게일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남편 전태흥 선생과의 사이에 4남을 두었다. 둘째 며느리는 이계숙 전 영동세브란스병원 간호국장이다. 암 선고를 받은 후에도 의연했던 메풀은 사회활동을 멈추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으며, 기도에 정진했다. 1999년 9월 12일 영면했다.

　생전에 “일복을 타고 나셨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를 필요로 하고 또 할 일이 있는데 감사히 따라야 한다. 다 내게로 오라”며 넉넉한 미소로 답했던 메풀. 그는 꺼지지 않는 영원한 빛으로 한국 간호사들의 가슴 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

　평전은 메풀 전산초 학술교육재단에서 발행했다. 기획부터 발간까지 7년을 준비했다. 방대한 역사자료를 정리했고, 메풀과 각별한 인연을 맺은 30여명을 인터뷰했다.

　문의 도서출판 라이프플러스인서울 (02)3143-7630~1.

정규숙기자  kschung@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