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11-08 오후 15:53:39

◇ 한국 간호교육 4년제 일원화 세계가 배울 본보기
◇ 간호협회 중심으로 한목소리 낼 때 영향력 커져
◇ ICN, 만성질환 예방과 관리 유엔선언문 적극 지지

전 세계 간호사들을 대표하는 기구이며, 135개국 간호협회가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는 국제간호협의회(ICN·International Council of Nurses)를 이끌고 있는 로즈마리 브라이언트 회장이 한국에 왔다. 호주간호협회 상임이사 출신으로 2009년 ICN 총회에서 회장으로 당선됐으며, 임기는 2013년까지다. 그는 대한간호협회 창립 88주년 기념행사 및 제8회 간호사 전국대회(10월 25일), 제3회 한·중·일 간호학술대회(10월 25∼27일)에 참석했다.

- 간호사 전국대회를 현장에서 지켜본 소감은.
　“매우,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한 것, 행사장을 꽉 채운 대규모의 간호사들을 보며 깜짝 놀랐고 감탄했다. 대한간호협회의 조직력과 영향력을 실감했다. 한국이 간호교육 4년제 일원화를 실현한 것은 너무나 감동적인 일이다. 이는 대한간호협회 리더십의 승리이며, 세계 간호계가 배워야 할 본보기다.”

- 한국은 2015년 ICN CNR(각국대표자회의) 및 컨퍼런스 개최국이다. 어떤 기대를 갖고 있나.
　“성공적인 회의 및 컨퍼런스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대한간호협회의 역사, 힘과 조직력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번에 서울에 와서 직접 보니 더욱 더 믿음이 간다. 2015년이 기대된다.”

- 회장의 모토로 `액세스(Access)'를 제시했다. 계획대로 되고 있는가.
　“올해 5월 몰타에서 열린 컨퍼런스 주제가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성(액세스) 향상이었다. 세계 간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다양한 전략을 모색한 것이 의미 있었다. ICN 홈페이지를 개편했으며, 보다 많은 간호사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임기 중 회원국 40곳을 방문하는 게 목표인데, 지금까지 25개국을 다녀왔다.”

- 세계 간호사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점은.
　“서로 다른 곳에 살고 있지만 모든 간호사들이 당면하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가 있다. 간호교육 수준을 높이는 것, 임금 등 근로여건을 개선하는 것, 적정 간호인력 배치 등이다. 어느 나라에서든 간호사들이 자긍심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참 자랑스럽다. 다양한 나라를 방문해 여러 간호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영광스럽고 보람 있는 일이며, 늘 설렌다.”

- ICN이 최근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이슈는 무엇인가.
　“유엔은 지난 9월 만성질환(NCDs·Non-communicable Diseases) 예방과 관리를 인류의 보건정책 최우선 목표로 정하고,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에 앞서 ICN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보건의료인연맹(WHPA)에서는 만성질환 예방 캠페인을 펼쳤으며, 유엔에서 실효성 있는 선언문을 채택하도록 촉구했다. 앞으로도 계속 WHPA를 통해 간호사와 의사, 치과의사, 약사 등이 강력히 연대하며 만성질환 예방활동에 주력하고 전진해 나갈 것이다.”

- 간호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데.
　“인류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사회적 요인(경제, 교육, 문화, 고용, 환경, 지식과 정보 등)에 대해 간호사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모든 사람은 적정한 수준의 건강을 누릴 권리가 있다. 건강 격차를 줄이고 건강평등권을 보장하는 데 간호사들이 앞장서야 한다. 혁신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제3회 한·중·일 간호학술대회 주제를 `간호사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로 정한 것은 시의적절한 선택이고 고무적인 일이다.”

- 간호협회가 정치적 영향력을 갖는 것이 왜 중요한가.
　“국민을 위한 보건의료정책을 개발하고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인을 설득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각국 간호협회는 국회·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합법적이고 투명한 정책로비활동을 펼쳐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의원을 대상으로 한 활동도 필요하다. 다른 보건의료단체와 의사소통을 잘해야 하며, 시민·사회단체와 우호적인 관계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 간호사 이미지 홍보전략에 대해 조언한다면.
　“간호사 이미지 홍보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이미지 메이킹이 필요하다. 간호사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전문적인 간호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특히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해 잘못된 이미지를 시정해야 한다. 언론 모니터링과 관련 대한간호협회는 이미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바람직한 일이다.”

- 나이팅게일 테디베어 인형을 판매하고 있는데, 반응이 어떤가.
　“아프리카 소녀들을 위한 교육펀드 기금 마련을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사전에 소비자 시장조사를 했는데, 간호사들이 주로 여성이고 자녀를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곰인형을 만드는 게 좋겠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말에 정확한 판매량을 집계해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반응은 괜찮다. 간호사들과 가족들에게 선물하기도 좋고, 기부도 할 수 있으니 의미 있는 일이다.”

- 당신이 생각하는 간호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간호는 `유니버셜(universal)'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은 누구나 다 간호를 받는다. 인간이 삶을 지속해 나가는 매 순간 그 곁에는 간호사가 있다. 특히 생명 탄생의 기쁨, 병들고 아픈 고통의 시간, 죽음을 맞이할 때와 같이 극한 감정의 순간에 항상 간호사가 있다. 그래서 간호사는 중요한 직업이다.”

- 한국 간호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대한간호협회를 중심으로 한마음이 돼 힘을 키워야 한다. 간호사들이 합의를 이뤄야 한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고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보건의료 동향을 잘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환자는 교육을 잘 받고 자긍심을 가진 간호사로부터 간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2015년 컨퍼런스 때 서울에서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

정규숙기자  kschung@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