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3-01-29 오전 11:27:39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꼭 와야 했을 곳이에요. 내 발이 움직였으니까요.”

　최은주 간호사는 지난 2009년 가을,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로 떠났다. 중앙보훈병원이라는 안정된 직장에도 미련을 두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묻는 많은 질문이 쏟아졌지만 그저 “가야 할 길을 갈 뿐”이라고 답했다.

　최은주 간호사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속 봉사단원으로 탄자니아 마운트 메루 병원 분만실에서 일을 시작했다. 최은주가 아닌 `프라하(행복이란 뜻의 스와힐리어)'라는 새 이름으로 2년간 봉사했다.

　처음엔 현지 적응이 쉽지 않았다. 낯선 언어와 날씨, 내과중환자실에서만 7년을 일 해온 최은주 간호사에게 분만실은 낯선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현지 병원 사정 또한 무척 열악했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분만이 이뤄지지만 인력은 물론 분만실과 장비도 턱없이 부족했다. 간단한 산전검사가 없어서 태어나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많은 생명을 목격해야 했다. 힘들고 아픈 환경이었지만 그 속에서 귀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어느 날 아이가 태어난 뒤 뱉어낸 울음소리를 듣고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탄자니아는 우리나라보다 많은 것이 부족하고 열악했지만, 소소한 기쁨에 정말 많이 웃을 수 있었죠. 그런 경험 덕분에 간호사에 대한 자부심과 작은 것에서도 소중함을 아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봉사활동을 마친 후 귀국한 최은주 간호사는 현재 서울스카이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 KOICA와 출판사 `시나리오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프라하, 탄자니아에 빠지다'라는 책을 펴냈다. 탄자니아에 도착하면서부터 하루하루 메모했던 730일간의 기록을 정리한 책이다. KOICA 봉사단원이 쓴 10번째 활동경험담이다.

　최은주 간호사는 `도전'을 주문했다. “많은 영역에서 우리 간호사의 빛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도전하세요. 지금 그곳에 바로 당신이 필요합니다.”

박바른기자  brpark@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