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1-11-22 오전 10:23:25

대한의사협회(회장·신상진)는 15일 협회 창립 93주년 기념식을 열고 소극적 안락사 및 낙태, 대리모 등의 제한적 허용 등을 골자로 한 '의사윤리지침'을 공식 선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의협이 이날 공식 선포한 '의사윤리지침'은 지난 4월 19일 정기대의원 총회 때 채택됐으나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발표를 유보한 바 있다.

이 지침 중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부분은 회생 불능 환자의 치료중단에 관한 지침인 제30조(회복 불능 환자의 진료 중단)와 태아성감별 지침인 제54조(태아관련 윤리) 제2항과 3항, 인공수정 및 대리모 지침인 제55·56조 내용.

이 지침은 제30조에서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나 그 대리인이 생명유지 치료를 비롯한 진료 중단이나 퇴원을 문서로 요구하는 경우 의사가 이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어 실정법 위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제54조 제2항에서 "낙태와 관련, 의학적·사회적으로 적절하고 합당한 경우에도 낙태 시행에 신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제53조 제3항에서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태아 성감별 검사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또한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는 낙태와 태아 성감별 검사를 할 수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의 소지를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제55조에서는 "인공수정 등 법률로 허용된 방법으로 불임부부가 자녀를 갖도록 돕는 행위는 허용된다"고 밝히고 있으며 제56조는 "금전적 거래 목적의 대리모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 부분도 금전적 거래가 없는 친족간의 대리모 관계 등은 허용할 수도 있음을 의미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의사윤리지침 선포와 관련 주수호 의협 공보이사는 주 이사는 소극적 안락사에 대해 "회생 불가능한 환자의 사망시점을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사망과정을 불필요하게 늘리지 말자는 의미"라며 "치료 중단도 의료기관내 윤리위원회 등의 중립적 판단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어떠한 형태든 의협이 법을 어기면 사법당국에 고발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만약 의사들이 개인적으로 실정법을 어기면서 치료중단행위를 하거나 낙태시술을 하면 법에 의해 처벌받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검찰 등 법조계도 의협의 이번 지침이 생명경시 풍조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지침이 실현에 옮겨진다면 형법과 모자보건법 등 실정법에 저촉돼 민·형사상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백찬기 기자 ckbaik@nursenews.co.kr

백찬기  ckbaik@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