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9-24 오전 09:31:18

　제주특별자치도내 `영리법인 의료기관'(이하 영리병원) 도입 계획이 무산되면서,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의료 선진화와 민영화에 대한 찬반 논란도 일단락됐다. 그 배경과 쟁점을 정리했다.

　현행 의료법상 국내에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주체는 의료인, 비영리법인, 국가 등이다. 영리법인은 투자자의 자본을 끌어들여 병원을 설립 운영하고, 수익을 창출해 투자자에게 되돌려주는 시스템이다. 공공보험체계 붕괴, 의료 양극화 조장 등을 우려해 국내에선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영리법인 의료기관 도입' 근거를 포함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제주도의 입장이 가시화되자 찬반 논란이 거세졌다.

　교육 및 의료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정한 제주도로서는 영리병원을 통해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과 병원고급화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제주도는 새로운 자본과 우수한 의료기관을 유치할 수 있는 투자환경을 조성해 의료산업 인프라를 강화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영리병원 설립이 필요하다며 도민들을 설득했다.

　병원계도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투자가 활성화돼 의료관광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고, 병원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의료서비스의 질이 더욱 좋아지게 될 것이라면서 영리병원 허용을 지지했다.

　반면 시민사회단체, 보건의료노조 등에서는 의료서비스의 양극화, 공공보험체계 붕괴, 의료비 상승 등을 야기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영리병원 허용은 의료시장 민영화를 유도하는 강력한 신호탄이 될 것이며, 민간의료보험 비중이 커지면서 공공보험체계가 무너지고, 이윤추구 과정에서 의료비가 급등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제주도민들의 여론도 시시각각 변했다. 6월 여론조사에서는 영리병원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이 75.4%에 달했다. 그러나 영리병원 허용이 의료민영화의 시발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면서, 반대 의견이 47.9%로 높아졌고 전국이 찬반논란에 휩싸였다. 7월 실시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찬성 38.2%, 반대 39.9%가 나오면서 영리병원 도입 건은 무산됐다.

김경원기자  kwkim@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