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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인정' 항소심 판결 내달 나온다
환자의 선택권 vs 생명권 핵심쟁점
기사입력 2009-01-14 오전 09:41:57

 존엄사를 인정한 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한 항소심 결과가 빠르면 내달 나온다. 그러나 국내에서 처음으로 존엄사를 인정한 판결로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인 만큼 최종심리가 서울고등법원(2심)에서 끝나지 않고 대법원(3심)으로 이어질 전망이어서 재판과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핵심쟁점은 환자의 선택권과 생명권 가운데 어느 가치가 우선하며, 환자가 명시적으로 존엄사 의지를 밝히지 않았을 때 가족의 증언 등을 토대로 존엄사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가이다. 1심에서는 환자의 선택권과 존엄사 추정의사를 인정했다.

 △1심 판결 배경=지난해 11월 28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뇌사상태에 빠진 김모 씨(77·여)의 가족이 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낸 `연명치료장치제거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국내 최초로 존엄사를 인정한 판결이다.

 김모 씨는 지난해 2월 세브란스병원에서 폐종양 조직검사를 받던 중 출혈로 뇌손상을 입은 뒤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식물인간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지내왔다. 김모 씨의 자녀들은 “어머니의 평소 뜻에 따라 자연스러운 사망을 위해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달라”며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서부지법은 “병원은 김씨에게 부착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환자가 죽음을 맞이할 이익이 생명을 유지할 이익보다 더 큰 경우 의사는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구하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를 거부할 수 없다”면서 “환자의 치료중단 의사는 환자가 치료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았음을 전제로 명시적으로 표시해야 유효하지만, 의식불명인 경우에는 의식이 있을 당시 현재 자신의 상태라면 어떤 의사를 표시했을 것인지를 추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3년 전 김모 씨가 남편의 임종을 맞게 됐을 때 생명을 며칠 더 연장할 수 있는 기관절개술을 거부했으며, 가족들에게 `내가 소생하기 힘들 때 인공호흡기는 끼우지 마라, 기계로 연명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는 가족의 진술로 김모 씨의 의사를 추정했다.

 △각계 입장 차이=이 같은 판결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환영의 뜻을 밝히고, 관련법 개정과 부작용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국회는 존엄사 인정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특히 김충환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하고, 말기암환자가 사전의사결정서에서 생명연장치료 여부에 대한 의사를 밝히면 의료진이 이를 따르도록 명시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단순한 법률적, 의료적 판단이 아닌 생명윤리에 관한 문제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국민의식과 외국사례를 파악해 법제화할지 여부를 앞으로 결정해 나갈 계획이다.

 세브란스병원은 병원윤리위원회에서 수차례 논의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회의를 거쳐 항소했다. 빠른 판결을 위해 비약상고를 신청해 바로 대법원 판결을 받고자 했으나, 환자 가족측이 거부함에 따라 12월 18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 의료전담재판부인 민사 9부(부장·이인복)에 배당됐다. 1월 20일 첫 재판이 열리며, 한두차례 심리를 거친 뒤 2월 중순 이전에 판결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원기자  kwkim@koreanurs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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