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1999-07-08 오전 09:55:55

미국 병원에서는 장기 기증이 가능한 환자가 사망했거나 사망이 임박했을 때 담당 간호사가 즉시 '장기·조직은행(Organ & Tissue Bank)'에 연락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장기·조직은행'은 군(county)마다 설치돼 있으며 장기 기증에 관해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은 전문가가 배치돼 있다. 이들은 주로 간호사 출신이다.

병원에서 환자가 사망했을 때 간호사는 곧바로 핫 라인으로 '장기·조직은행'에 전화를 해 담당자에게 사망 원인, 병력, 나이 등을 보고해야 한다. 장기나 조직 기증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담당자들이 직접 병원을 방문해 사후 처리를 하게 된다.

만약 기증을 하지 않게 될 경우 간호사는 반드시 '장기·조직은행'에 보고했다는 확인 번호를 받아서 환자 사망보고서에다 기록해 두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나이에 관계없이 장기나 조직 기증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밝히게 되고 이를 차트에 기록하도록 돼 있다. 비록 환자 본인이 기증을 승낙했다 하더라도 최종 결정은 가족이 한다.

기증을 원하지 않은 환자의 사망이 임박했을 경우에도 간호사는 '장기·조직은행'에 연락해야 한다. 이때 담당자가 병원으로 와서 가족에게 장기 기증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한다. 기증 여부는 가족이 결정하지만 담당자가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장기 기증을 하도록 보호자를 설득하는 일은 1998년 8월 이전까지만 해도 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의 몫이었다. 하지만 간호사들이 자신이 돌보던 환자의 죽음 앞에서 가족에게 장기 기증을 권유해야 하는 일에 엄청난 스트레스 느낀다고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장기·조직은행'에서 훈련받은 전문가가 나와 가족들을 설득하게 됐다.

장기 기증은 심폐 기능을 인위적으로 연장시키고 있는 뇌사 상태의 환자에게서 가능하다. 조직 기증은 뇌사와 심폐 사망 상태에서 피부, 뼈, 연골, 심장판막 등을 기증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일반인들이 운전면허증에다 장기 기증에 대한 의사를 밝혀두고 있다.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을 때 장기를 기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신연옥 통신원·캘리포니아주 성 요셉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