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02-16 오전 11:19:22

　지난해 8월 거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지나가고 미쳐 숨을 돌릴 겨를도 없이 9월에는 리타가 이곳 미국의 걸프지역 일대를 강타했다. 일그러진 사람들의 모습과 깡그리 내려앉은 주택의 지붕과 물바다가 된 거리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생생한 기록으로 남았다고 하겠다. 그래서 이곳의 역사적, 지리적, 그리고 건축학적인 고찰은 쉽게 그 변화를 측정할 수 있어도 인류학적인 측면에서의 변화는 조금 더 오랜 시간을 요하는 과제라고 한다.

　허리케인으로 인해 약 50만의 인구가 그곳을 빠져나갔는데 그중 25만 정도가 지금은 텍사스, 조지아, 알칸사스, 테네시, 그리고 켈리포니아주에 있다고 한다.

　워싱턴 포스트의 통계에 의하면 텍사스 휴스턴지역 응급대피소에 있었던 사람 중에는 절반 이상이 루이지애나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보고이다. 그리고 십여 개가 넘는 루이지애나의 병원들이 문을 닫았기에 많은 수의 간호사들이 다른 곳에서 정착하게 될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

　루이지애나 주정부 간호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규 간호사는 물론이고 간호학생들도 돌아오지 않을 우려가 있기에 간호계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약 3000명의 간호학생들이 허리케인으로 인해 학교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텍사스주는 허리케인 리타로 인해서 자기들의 피해도 상당하였으나 많은 수의 루이지애나 간호사와 간호학생들을 환영했었다. 텍사스 주정부 간호국에 의하면 200여명의 간호사들에게 임시 자격증을 부여하고, 또 400여명의 간호학생들을 각 학교에 등록시켰다고 한다.

　이같은 인구이동이 루이지애나 의료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누구나 다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루이지애나 간호계에서는 간호사들의 이동을 막는 대비책으로 면허갱신 날짜를 2006년 3월말까지 연장했고, 2005년도 보수교육(Continuous Education) 조항을 자격증 취득 조건에서 면제했다고 한다. 또 간호학생들의 강의실이 모자라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영화관 사용을 허락하고 있다고 한다.

　루이지애나의 피해가 워낙 막대하였으므로 피해가 조금 적은 인근의 미시시피나 앨러배마 그리고 플로리다주들은 미디어로부터 소외감을 느낄 정도라는 그곳 주민들의 반응이다.

　허리케인 리타가 강타하던 날 Galveston, Texas의 Medical Branch에서 일하던 간호사 셜리는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녀는 허리케인 응급상황에서 퇴근이 허락되지 않았으므로 가족의 소식도 모른채 며칠을 환자를 돌보는 일 밖에는 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헬리콥터로 구조되었지만 곳곳에서 많은 수의 의료인들이 가족들의 생사도 모르는 상황에서 환자를 돌본 훈훈한 기사가 지면을 큼직하게 채웠었다.

　허리케인이 자주 오는 이곳 텍사스를 떠나려 하느냐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셜리는 “그럴 계획은 없어요”라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Maine(눈이 많이 오는 곳) 주에 사는 제 친구가 그랬어요. 폭설이 녹고 난 후에는 모든 것이 제 자리에 그대로 있다고 말입니다.”

김옥수  news@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