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08-23 오전 09:13:00

지난달 원고에서 다룬 투약오류와 관련, 이곳 미국 행정책임자들이 그 실수에 대한 징계를 간단히 한다는 의미가 아니었음을 강조하고 싶다. 인간적인 실수에 대한 배려가 그만큼 크다는 점을 전하고자 한 것이다. 한국의 후배 간호사들에게 투약오류가 항상 가벼운 경고 정도로 넘어가는 일(Incident)로 인식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물론 신체에 미미한 영향을 끼치는 약물일 경우에는 쉽게 처리가 되지만,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의미가 있을만한 사고는 꽤나 어렵게 진행될 수도 있다.

투약오류가 일어나면 우선 발견한 의료담당자가 보고서(Incident Report)를 작성한다. 보고서에는 관련된 환자의 이름과 병동, 성별, 의료기록 번호를 위시해 일어난 곳, 일시 등을 기록한다. 본인의 소견서가 있는데 그곳에는 그때의 자신의 상황을 간단히 적도록 한다. 선의의 변명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수간호사의 사인이 있은 후에는 담당의사가 투약오류 후에 진찰한 환자의 상태를 기록하는데, 원본 외에도 사본이 3장 딸린 양식이다. 사본은 본인에게도 한 장이 주어지고 해마다 받는 근무 평가서에 첨부된다. 보고서가 작성된 후에는 수간호사와의 면담이 이뤄지고 이때에 어떤 종류의 징계(Disciplinary Action)가 내려질지 대략 결정이 난다.

미미한 구강약 등은 앞으로는 조심하라는 충고를 받는 `구두 컨퍼런스'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헤파린 등의 약물은 본인이 그 약에 대한 세미나를 하거나 간단한 연구논문을 제출하기도 한다. 세미나의 경우에는 간호행정사무실의 교육담당자(Staff Development)도 참석하므로 행정사무실에도 보고가 된다. 내가 일하는 웨스트체스터 메디컬센터의 경우 이 기록은 18개월이 지나면 서면으로 요구할 경우 본인의 평가 기록에서 지워진다.

몇 년 전 나와 같이 근무하던 젊은 간호사 사라의 일이다. 오전 11시쯤에 갑자기 그 동료의 이름이 그날의 진료팀 칠판에서 지워져 버렸다. 잠시 후에 들은 사연인 즉, 그 자리에서 파면을 당했고 수간호사와 함께 우리 병동을 떠나야 했다고 한다. 사라의 남자 친구가 아래층 병실에 입원하고 있었는데, 진통제인 Percocet 두 알을 우리 병동에서 빼내어 주었다는 내막이었다. 이 약은 통제된 약이라 환자의 이름을 기록해야 되기에 우리 병동의 환자 이름으로 기록을 했고, 진통제가 시급했던 진짜 환자가 약을 요구할 때 다른 동료간호사가 이미 30분전에 투약된 기록이 있다고 하는 통에 발각되고 말았다.

이런 엄청난 일이 있는지도 모른채 사라는 커다란 커피잔을 들고 카페테리아에 다녀오는 중이었다. 사라와 간호행정실, 원무담당자, 수간호사의 미팅은 채 30분이 되지 않아 끝나고, 그녀는 급히 가방을 챙겨서 우리 병동을 떠나야 했다. 아무에게도 인사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돌연한 파면의 경우에는 행정담당자가 병원 정문까지 호위해서 내보낸다는 사실을 나도 그날 이후에 알았다. 혹시나 떠날 것을 거부하는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라의 경우 본인이 그 약을 복용했다면 얼마든지 면죄부를 받을 수도 있다. 약물중독증 직원들에게는 치료를 받을 권리가 주어지기에 그러하다. 하지만 거짓으로 투약을 한 경우는 이렇게 혹독한 결과가 따른다.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실수였다. 앞날이 창창한 그 젊은 간호사를 생각하면서 온 병동이 종일 웅성웅성 했었다.

직원들의 물건 도난 경우도 사실이 증명되면 그 징계가 매우 혹독하다. 인간적인 실수는 용서를 받지만 계획적인 사고는 법이 다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옥수 리포터(웨스트체스터 메디컬센터)

김옥수  news@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