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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너싱-베트남 의료봉사에서 배운 참간호
기사입력 2009-02-25 오전 10:04:00



 일웅구순구개열의료봉사후원회가 주관한 베트남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베트남 전쟁 당시 군의관이셨고 후원회를 만든 일웅 민병일 서울대 명예교수님과 함께 10여명이 참여했다. 민 교수님은 이번이 14번째 의료봉사인데 투병 중이신 데도 불구하고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호치민시에서 북쪽으로 30~40분 떨어진 빈둥성에서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외래 앞은 예진을 받기 위해 찾아든 환자들로 북적였다. 봉사팀에서 간호사는 나 혼자뿐이라 수술을 하기 위한 세팅에서부터 준비할 것이 하나 둘이 아니었지만 잔뜩 기대에 부푼 환자들을 떠올리며 힘을 냈다.

 현지 수간호사로부터 우리가 쓸 두 개의 수술방을 안내 받았다. 현지 마취과 의사와 직원들의 도움으로 짐을 정리하는 사이 30건이 넘는 수술 스케줄이 짜여졌다.

 다음날, 차로 한 시간가량 이동해 환자가정을 방문했다. 구순열 환자인 타잉년은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선물로 주자 좋아하면서 바로 그림을 그려 우리를 기쁘게 했다. 타잉년의 갈라진 입술 사이로 마시고 있는 우유가 흐르는 것을 보며 이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31건의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두 수술방을 왔다갔다 하면서 물품과 수술세트를 준비했다. 스크럽은 현지간호사들이 맡았다. 열악한 환경에 말도 통하지 않아 걱정이 앞섰지만 진심으로 서로를 돕고자 하는 마음과 배려로 불편함을 극복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날, 기념촬영을 하던 중 풍선을 잡고 웃고 있는 타잉년을 보게 됐다. 간호사라는 이름으로 저들이 웃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수술을 마친 환자들의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하고 있는 나를 보며 스스로 참간호를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에 간호사라는 사실이 부쩍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봉사란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 주려고 갔다가 오히려 선물을 받고 오는 게 아닐까 싶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이 가벼운 이유는 이 때문인 것 같다. 한국에서도 아침마다 출근길에 이 마음을 잊지 않고 꺼내볼 수 있도록 가슴 한쪽에 조용히 담고 비행기에 올랐다.

김미연 서울대치과병원 간호사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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