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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회 수기 당선
내 품안에서
기사입력 2007-01-08 오전 08:30:44
박 경 희(인하노인간호연구센터)
눈을 감고 아련히 기억을 떠올리면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러버렸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어르신 중에 한분이 말씀하시길 “시간이 겅중겅중 뛰는 것 같어”라고 하신다. 치매센터에서 치매어르신과 함께한 시간이 벌써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에게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어려운 일을 하셨어요?”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시간이 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처럼 오랜 세월이라고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대단한 일을 했다고도, 어렵다고도, 거의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어르신과 보냈던 시간을 어떤 대단한 사명감으로, 훌륭한 마음가짐으로 함께한 것은 아니다. 물론 어르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치매어르신과 함께하는 것은 그저 나의 평범한 일상인 것이다. 남들이 말하는 대단한 사명감으로 어르신과 함께 했다면 아마 어느 날 그 사명감이 사라졌을 때 어르신을 돌보는 마음도 함께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에게 있어 치매어르신을 돌보는 일은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듯이 그렇게 자연스러운 나의 일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난 더 편안한 마음으로 어르신을 대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수많은 어르신들이 센터를 거쳐 지나가고 새로운 어르신들이 들어오고, 내가 일하는 센터는 언제나 어르신들로 북적이며 나름대로 활력이 흐르고 있는 곳이다. 처음 치매센터를 열고 치매어르신들을 돌보기 시작했을 땐 시행착오도 많았다. 상황에 따라 과격한 치매증상을 나타낼 때는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던 모습에서 지금은 의연하게 대처하게 된 능력은 세월이 준 노하우가 아닌가 한다.
이제는 가족이나 그 누가 찾아 와도 자신감 있게 치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다. 처음 2000년 치매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 되지 않았던 시절, 센터에 근무할 때는 시설에 대한 부정적 선입관 때문에 입소를 꺼리는 모습 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일일이 가정방문을 통해 주간보호센터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이용하시도록 격려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가족 스스로 찾아와 주간보호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게 된 것도 7년 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치매어르신을 위한 차량서비스를 하면서 차에서 내려 센터까지 오는 골목길에서 어르신을 잃어버려 골목골목을 눈물을 흘리며 찾아 해매이던 기억도 이제는 웃으면서 추억으로 말할 수 있는 정도가 된 것 같다. 처음 어르신을 잃어 버렸을 때는 자식을 잃어버린 엄마의 심정과 같았다. 그 애 타던 마음은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나 언제 집에 가” “내 신발 어딨어?” “내 가방 없어졌어!” 하루 종일 같은 물음을 반복하면 그 물음만큼 반복적으로 대답을 해주어야 하는 나름대로의 인내심도 자연스럽게 길러지게 되고 집에 가겠다고 신발 내 놓으라는 어르신을 달래는 방법도 알게 됐다. 하지만 아직도 가족들이 찾아와 상담을 하다 흘리는 눈물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촉촉해지는 것은 오랜 세월로도 채워지지 않는 부분인 것 같다.
치매노인을 돌보는 방법은 어떤 공식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아니면 어르신의 가정환경이나 가족력에 따라 대처하는 방법은 천차만별이 된다. 그래서 센터에서는 입소 상담을 할 때 어르신에 대한 자세한 가족력이나 환경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게 된다.
하루 종일 센터를 왕복하며 배회하시는 분도 계시고, 화장실에 있는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인지하지 못하고 거울 속의 자신과 계속 대화를 나누는 분도 계시다. 어느 어르신은 음악을 좋아하셔서 음악만 나오면 휘파람으로 음을 따라 하신다. 치매로 인해 가사는 잊어버리고 음만을 기억하시기 때문이다. 이분을 위해서는 음악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들을 오빠라고 부르고, 매일 보는 센터 직원도 알아보지 못하고 생소해 하시는 분도 계시다. 모든 주머니 속에 화장지를 불룩하게 계속 넣어 가시는 분도 계시는데 이 어르신은 불안을 해소가기 위해서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일들과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내 기억 속에 생생이 남아있는 사건이 하나 있다. 몇 해 전 연세가 94세이지만 치매증상을 빼면 건강하시고 식사도 잘 하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셨다. 크게 센터를 확장하고 나서 정리 작업으로 바쁜 3월 어느 날 아침 평소와 같이 어르신 집으로 모시러 갔다. 별다른 일 없이 어르신은 집 앞에서 부인의 배웅을 받으며 차에 오르셨다.
센터에 도착한 후 시간이 좀 흐르면서 할아버지 목에서 가래가 많이 끓었고 가래를 제대로 뱉어내지 못해 호흡곤란이 오게 됐다. 아드님께 연락을 드리고 가까운 병원으로 어르신을 모셨고, 큰 병원으로 옮기라는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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