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0-11-17 오전 10:47:29

간호사가 인간의 생명을 돌보는 전문가로서 진정한 자부심과 긍지를 갖기 위해선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가? 간호 대상자의 고통을 물리적인 방법으로 경감시키는 차원을 넘어 그 사람의 아픔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간호의 초점을 찾아내야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환자가 저 세상으로 떠난 뒤 남겨지는 후회와 아쉬움으로 인해 나는 때로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삶의 무게를 느낀다. 한창 발랄한 끼와 개성을 분출해야 할 신세대인 나는 어린 나이에 환자들의 마지막 삶의 순간을 지켜봐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갈등을 겪기도 한다.
한 사람의 최후를 지켜보면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가족의 오열을 바라보면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인생은 얼마나 소중하며 생명은 또 얼마나 존엄한 것인가.
중환자실에서 내가 돌보는 이들은 단지 어떤 진단명을 붙인 환자이기 이전에 사랑받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귀한 존재이다. 그래서 그 무엇보다도 환자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간호사가 되려고 노력한다.
절망 가운데 괴로워하는 환자들의 가슴에 삶의 희망과 의지, 기쁨의 새싹이 돋아나도록 도와줄 수 있는 역할을 나는 기꺼이 감당하고 싶다. 환자 곁에 서는 순간 간호사에 대한 세상의 편견이나 직장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신경전 따위는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흔히 간호사는 3D 직업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제는 그같은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간호사가 얼마나 예쁜 마음으로 기쁘고 바쁘게 살아가는 전문직업인인지 세상에 알려야 한다. 그래서 나는 간호사를 나타내는 '3뻐'를 제안하고 싶다.
우선 예쁜 마음으로 정성껏 간호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예뻐'이며, 환자의 건강이 회복되는 모습을 바라보며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기뻐'이며, 주어진 일을 부지런히 해내야 하고 자기발전을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바뻐'이다.
간호사들에게 주어진 건강과 지혜로움, 성실함을 힘들고 어려운 간호 대상자를 위해 기꺼이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간호사로서의 내 삶을 사랑하고 감사한다.

홍은혜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외과중환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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