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1-02-08 오전 10:14:21

이화여대 간호과학대학 '간호상담부'의 박서영, 문지희, 김유리, 황현정, 신지예, 홍수정, 나혜원, 김민정 등 8명의 학생들은 연구원 선생님 2명과 함께 1월 10일부터 13일까지 나환자들이 모여 살고 있는 전북 익산시 왕궁면의 익산·금오·신촌 농장에 다녀왔다.

우리가 소속돼 있는 '간호상담부'는 방학을 이용해 의료 혜택이 부족하고 일반인의 관심이 덜 미치는 외딴 곳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는 동아리로 신경림 교수의 지도를 받고 있다.

나환자촌으로 봉사를 간다고 하자 주위 사람들은 "전염되는 거 아냐? 왜 그런 곳을 가?"라며 염려했다. 우리는 전염 위험성이 전혀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지만 솔직히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없진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계획했던 봉사활동을 성실히 수행하기로 다짐하고 폭설과 강추위를 뚫고 나환자 마을로 향했다.

나환자들은 정상인들과 달리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고 손발은 문드러져 형체도 알아볼 수 없었다. 돌출된 안구와 눈 아래 꺼풀은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무엇보다 큰 상처는 외로움이라는 걸 우리는 이내 알 수 있었다.

정에 굶주려 있던 환자들은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손과 발에 지압을 해드리자 어떤 할머니 환자는 "이렇게 고운 손으로 우리 같은 사람들 만져서 어떡해… 우리 자식들도 안 그러는데 자식들보다 낫구만…" 하시며 연신 고마워하셨다.

혈압과 혈당 체크를 하면서 실습 때와는 사뭇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실습실에서는 학습을 위해 건강한 친구의 혈압과 혈당을 재었지만 그곳에서는 오로지 환자들을 기쁘게 해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앞섰다.

우리의 간호활동이 소외된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간호학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환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웃을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 친교 시간에 할머니들은 노래를 부르고 손바닥에 피멍이 들 정도로 박수를 치셨다. 즐거워하셨지만 노래에 실린 그분들의 한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할머니들께선 성치 않은 몸으로 우리에게 귤과 과자 등 아껴오신 것을 챙겨주셨다. 두 손을 꼭 잡자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다. 부끄러웠다. 지속적인 관심을 쏟아드리지도 못했고 그저 잠시 들러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인데 그분들이 오랫동안 아파했던 삶의 모습에서 도리어 우리가 많은 것을 얻고 배웠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일반인들의 편견과 무관심 때문에 외부와 단절된 채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이젠 소외와 외면의 장막을 걷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들이 우리의 이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 손 없는 할머니와 발 없는 할아버지가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사는 모습을 보며 많은 반성을 하게 됐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난 뒤 간호활동에 있어서 많이 부족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1학년들은 실습경험이 부족해 마음만큼 해드리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여겼고 2학년들은 좀더 체계적으로 그분들을 돕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모두가 다음 봉사 때에는 실제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더 많이 공부하고 철저히 준비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동료들끼리도 강의실에서 공부할 때는 알지 못했던 서로의 따뜻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봉사를 통한 또 하나의 수확이었다.

나환자들에게는 우리의 작은 관심이 필요하다. 그들을 외롭게 한 만큼 이제는 그들의 아픈 마음을 치료해야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봉사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그리고 나환자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보여주신 사랑과 가르침을 배우러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꼭 지킬 것이다.

간호상담부  news@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