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1-03-22 오전 10:24:39

지난 2년간 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간호현장에서 실습을 하면서 다양한 매체, 책,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참간호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계속 던져왔다. 그러나 '간호는 과학이자 예술이다'라는 메시지를 내 것으로 체화하기에는 내가 지닌 지식과 경험이 턱없이 부족할 뿐이었다. '간호'의 정체성은 머리 속에서 피상적으로 맴돌 뿐 직접적이고 분명하게 이해되지 않았다.

2학년 겨울방학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수잔 고든의 '삶을 돌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책을 접하게 됐다. 처음엔 그저 간호사들의 수기 정도로 생각했지만 한 장, 두 장, 책장을 넘길수록 점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간 목말라왔던 참간호에 대한 고민들이 마침내 실타래 풀리듯 한 올 한 올 풀려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 담겨있는 임상간호사의 역할을 보면서 그동안 배웠던 기본간호학 기술, 환자와의 의사소통방법 및 기술 등이 실제로 간호현장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말로만 듣던 CNS(임상전문간호사), NP(실무전문간호사) 등 전문간호사들의 활동을 알게 된 것 역시 큰 수확 중의 하나였다.

충만한 사랑과 깊은 배려로 다양한 영역에서 환자를 대하는 간호사들의 모습,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에서 깊은 존경심을 느낄 수 있었다.

'질병'과 '죽음'이라는 현실 속에서 고통받고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평안과 사랑의 손길이란 무엇인지, 그들이 기댈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우리가 느끼고 수행해야 할 간호의 참모습이란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저자인 수잔 고든은 다양한 논문과 예시를 통해 보건의료체계 내에서의 간호의 중요성, 간호의 독자적 영역개발의 필요성, 의사와 간호사간의 관계, 여성문제 등에 대해 사실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큰 감동을 받은 부분은 바로 이 구절이다.

간호사들은 차트에 '환자가 걱정하는 것 같아서 그의 옆에 앉아 1시간 30분 동안 이야기를 했다'라고 쓰진 않죠. 그러나 사실 환자와의 깊은 대화가 실제 행동으로 한 일, 예를 들면 '아침에 심전도를 부착했으며 4시간마다 환자의 혈압을 측정하고 투약했다'라고 쓰는 것보다 더욱 중요합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생산적이고도 가시적인 무언가를 보여주길 요구받고 있다. 간호에서도 그러한 요구가 커지다보니 자칫 참간호가 퇴색돼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간호사는 환자에게 질병치료를 위한 기술적인 측면만을 제공하는 사람이 아니라 환자의 고통을 함께 하고 곁에서 그들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최적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간호사들과 우리 예비간호사들은 참간호의 의미를 되찾기 위해 간호가 과학적 측면 뿐 아니라 환자의 불안과 공포를 극복하도록 정서적·사회적·영적으로 보살피는 예술적 측면을 함께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나가야 할 것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의학모델은 치료모델이지만 간호모델은 돌봄과 평안의 모델'이라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절감할 수 있었다.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도 바로 이것 아니었을까.

송민경  news@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