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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천리, 그 빛나는 여정
현아름(국립의료원간호대학 2학년)
기사입력 2001-11-01 오후 14:54:30

"신발 끈 안 맨 사람 또 없니?" "니 모자는 어쨌어?"
'걸어서 천리 국토 순례'에 참가한 국립의료원간호대학생 3명은 새벽도 열리기 전인 2 3시부터 초 중등생 331명과의 전쟁같은 하루를 시작했다.
'걸어서 천리 국토 순례'는 1992년 7월 시작해 현재 17기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올 여름에 실시된 국토순례는 '강따라 물따라' 라는 부제대로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천도리, 인북천에서 양구군 소양호, 화천군, 춘천시에 이르렀다가 경기도 가평군, 남양주시, 양평군, 하남시를 거쳐 서울 국회의사당을 종착점으로 하는 천리길을 걸어내는 여정이었다.
어린 동생들과 함께 걸었던 지원단 중 우리는 양호팀을 맡아 학생들의 외상을 처치, 간호하거나 병원에 후송하는 일, 자기 스스로 챙기기 어려운 어린 아이들을 돕는 일을 했다.
하루 일과는 새벽 2∼3시부터 시작됐다. 4시간 정도 도보를 하고 아침식사를 했다. 한낮에 걷다가는 사고가 일어나기 쉬우므로 도보는 덥기 전 오전중에 끝냈다. 그 이후 시간에는 편지와 수양록을 쓰면서 하루를 정리하도록 했다. 우리들은 아이들을 씻기고 다친 곳을 돌본 후 취침에 들어갔다.
집을 떠나 함께 먹고, 입고, 씻고, 자며 공부한 15일간의 일정은 처음 발대식 때 엄마와 헤어지기 싫어 울던 아이들을 제법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다.
끝나갈 즈음엔 도보를 하다 한 아이가 넘어지면 다른 아이가 일으켜주는 기특한 모습도 보였다. 아이들에겐 스스로 일하고 친구, 동생을 도우면서 자기단련과 자립심을 키운 생생한 삶의 경험이 됐을 것이다.
우리 양호팀도 역시 많은 경험과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국토순례를 하게 하는 참된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면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연고나 땀띠분을 발라주는 일 뿐 아니라 아이들이 도보를 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꼼꼼히 챙기고 보살펴주는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혹시 일어날지도 모르는 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새벽에 신발끈을 제대로 맸는지 확인하고 배낭상태를 검사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아이들을 구별해 도보시 좀더 관심있게 관찰하는 일을 해줌으로써 그들 스스로 의지와 자립심을 키우도록 돕는 게 우리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힘들고 지친 가운데에도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무사히 여정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함께 하고 스스로 해야한다는 책임감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아이들에게 우리는 서슴없이 '작은 거인' 이란 이름으로 박수를 보낸다.
현아름 news@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