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2-08-16 오전 10:39:22

기 은 정(아주대병원 간호사)

　졸업 후 줄곧 병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신앙과 간호라는 달란트가 내 삶 가운데 함께 가지 못하고 철도의 두 선처럼 마냥 평행하기만 해 참으로 답답했다.
　
그러던 중 4년마다 열리는 국제기독간호사협회 동아시아지역 컨퍼런스(NCFI PACEA Regional Conference)에 참석하게 되었다.

　컨퍼런스는 3일간의 지도자세미나를 포함해 6월 28일부터 7월 6일까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렸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기독간호사협회 주관으로 총 13명이 참석했다.

　간단한 개회예배와 함께 인사를 나눈 후 각자의 기도제목이 열매맺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무에 기도제목을 매다는 것으로 지도자세미나가 시작됐다.

　다음날부터 특강을 비롯해 선택강의 등 본격적인 프로그램들이 열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원희 대한기독간호사협회 부회장(연대 간호대학 교수)이 `Spiritual Care Situations' 및 `목회간호(Parish Nursing)'를, 김후자 영남이공대학 간호학과장이 `Develop Strategies for Spiritual Care'를, 김명아 포천중문의대 간호학과 교수가 `Reaching out to Students'를 주제로 강연했다.

　각 세미나의 참석자 모두 노트를 꺼내 강의내용을 받아 적으며 듣는 등 매우 진지하게 임했다. 강의가 끝난 후에는 예리한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또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격려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 교수들의 강의를 듣기 위해 여기저기서 모인 간호사들을 보면서 한국 간호가 아시아 그 어느 나라보다 앞서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어 매우 뿌듯했다.

　세미나를 통해 각국의 간호현황에 대해 정보를 나누었으며, 비록 피부색과 언어는 다르지만 기독간호사라는 공통분모로 참석자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지도자세미나가 끝난 후 30일 저녁부터 시작된 일반수련회에서는 간호대학생들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일반수련회의 시작을 알리는 개회식에서는 참석자 모두가 각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국기를 들고 입장했다. 그 가운데서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우리팀이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일반수련회도 지도자세미나와 같이 특강과 선택강의 등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일반수련회 기간동안에는 각국의 전통공예품 바자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과를 준비해 함께 나누었다.

　필리핀 민속촌과 국립박물관을 관람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박물관 견학을 마친 후에는 폭포수에 발을 담근 채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을 배경으로 담소를 나누는 등 자유시간을 즐겼다.

　처음엔 7박 8일의 일정이 다소 길게 느껴졌지만 돌아올 때는 아쉬운 마음만이 가득했다. 빡빡한 간호현장의 일상에 지쳐 간호사로서의 정체성을 잃어 버려 힘겨웠었다. 그래서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살아있는 간호를 발견하고 구체적인 비전을 찾게 되길 소망했다. 그런 내게 각 나라의 기독간호사들의 삶을 통해 감사함과 평안함을 허락하시고 새로운 것들을 준비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2004년에는 서울에서 국제기독간호사협회 세계대회가 열린다. 동아시아지역은 물론 전세계의 기독간호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그 때에는 나의 신앙과 간호가 평행선이 아닌 삶의 동일선상에 있음을 고백하게 되길 소망한다.

기은정  news@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