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2-08-16 오전 10:41:12

모범직원을 대상으로 해외연수를 보내주는 병원 측의 배려로 일본 연수를 다녀왔다. 동료간호사 3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의 직원이 함께 갔다.
　
연수를 가기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삼고 괴롭혔던 `가깝고도 먼 나라'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연수를 통해 일본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일본인들의 몸에 밴 친절이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도 결코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나라 병원이 의료진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면 일본은 철저히 환자중심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침상높이를 환자에게 맞춰 낮췄으며 노인병원의 경우 낙상을 방지하기 위해 다다미식 침상을 운영하기도 했다.

　가마고리 시민병원을 방문했을 때 휠체어에 탄 환자 옆에서 스커트 유니폼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무릎을 반쯤 굽힌 채 이야기를 듣고 있는 간호사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환자 대 간호사의 비율이 2대 1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에 부러움 마저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담당환자가 많아 항상 업무에 쫓겨 미소조차 지어 보일 여유가 없는 우리의 현실이 더욱 안타까웠다.

　환자를 위한 배려는 진료지원부서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환자의 식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뷔페식 메뉴를 운영함으로써 그날의 식단을 환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며, 병동마다 코인식 세탁기를 여러 대 비치해 개인세탁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환자복 대신 집에서 입던 파자마 등을 입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병원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방안들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었다. 환자는 물론 보호자를 위한 목욕시설과 미용실도 갖추고 있었다.

　특히 각 병동의 간호사실에 사무원을 배치해 입·퇴원절차 및 각종 서류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를 통해 간호사들은 환자에 대한 직접간호서비스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으며, 입·퇴원환자의 대기시간이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입원실의 경우 다인실을 4인실 이내로 제한함으로써 입원환자들이 공간을 넓게 사용하도록 했다. 프라이버시 확보를 위해서는 침상커튼은 물론 침상마다 TV와 이어폰을 구비해 놓았다. 이와함께 병실 출입문마다 부착돼 있는 소독용 스프레이를 통해 병원감염을 줄이기 위한 병원측의 배려도 엿볼 수 있었다.

　의료사고 등 의료분쟁에 대처하는 것에서도 우리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립병원인 소고 아오야마의 경우 의료사고방지위원회를 구성해 실수를 저질렀을 때 `체험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었다. 실수가 발생하게 된 경위를 분석한 후 QA활동 등으로 연계해 의료사고를 예방하는 것이었다.

　일본은 급증하고 있는 노인인구의 치료, 재활, 회복 등에 관련된 정책을 마련하고 노인복지시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투자·육성하고 있었다.

　급성기 환자를 위한 일반병상 수는 줄이고 재택의료 및 간호시설로 환자를 옮기는 방향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했다. 아직은 시작단계지만 개호보험이 도입되고 노년층에 대한 사회보장제도가 확대되면서 노인복지측면에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연수 기간동안 노인복지시설 3곳도 돌아볼 수 있었다. 맨 처음 방문한 케어하우스는 너싱홈과 같은 입소시설로 간단한 의료서비스 및 물리치료, 입욕시설, 영양식이 등을 제공하고 있었다.

　두번째로 찾은 데이케어센터는 가정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낮시간 동안 돌보기 어려운 노인들을 맡아주는 곳으로 건강체크, 식사, 재활훈련, 레크리에이션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아오야마 노인병원은 노인전문병원으로 입원환자의 90% 이상이 개호보험 수혜자였다. 만성질환자나 치매환자가 대부분이었으나 중증환자를 위한 병실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었다. 낙상이나 외상을 방지하기 위해 벽에는 그 흔한 옷걸이조차 보이지 않았다. 안전을 위해 전 병동이 폐쇄병동으로 운영됐으며, 미끄럼이나 넘어짐을 방지하기 위해 문턱을 아예 없앤 것을 볼 수 있었다.

　일본의 노인복지시설을 돌아보는 동안 우리나라도 노령화사회를 대비한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복지정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호사들은 노인을 위한 특성화된 간호중재를 개발하고 수행하는 일에 더욱 힘써야할 것이다.

　이번 연수는 내게 많은 것들을 남겨주었다. 그 중에서도 철저히 환자중심이었던 병원시스템과 작은 일에도 프로정신을 가지고 임하는 간호사들의 모습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김 명 숙(건양대병원 중앙공급실 파트장)

김명숙  news@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