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2-10-10 오후 12:45:32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마린다대학병원으로 전문간호사 연수를 다녀왔다. 지금까지 강의나 책, 학술세미나 등으로만 접했던 미국 전문간호사의 역할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었던 귀중한 경험이었다. 이번 연수에는 신성례 삼육대 간호학과 교수님을 비롯해 11명이 동행했다.
　
미국에 도착해 처음 방문한 곳은 화이트 메모리얼 병원이었다. 350병상 규모인 화이트 메모리얼 병원은 캘리포니아주가 고객서비스와 질 관리에 뛰어난 기관에 수여하는 업무우수상을 두 번이나 받을 정도로 친절병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튿날에는 전문간호사 연수가 진행될 로마린다대학병원과 연계되어 있는 홈케어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 센터는 Hospice care, Home care, Family care 등으로 분류돼 있었다. 간호사가 센터의 이사(director)와 관리자(manager)를 맡고 있었으며 가정간호사를 비롯해 케이스매니저, 사회복지사, 치료사, 영양사 등이 함께 일하고 있었다.

　센터를 방문하는 동안 임상경험이 풍부한 가정전문간호사와 함께 가정방문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단일민족인 우리나라와 달리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환자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간호사의 모습이 매우 인상깊었다. 환자를 간호하는 것은 물론 환자를 돌보는데 지친 가족들을 위로하고 상담과 교육도 제공했다.

　본격적인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로마린다대학병원에 도착해보니 간호부에서 이미 외국간호사 견학프로그램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로마린다대학병원은 900병상 규모였으며, 전문간호사(NP·nurse practitioner)와 CNS(clinical nurse specialist) 70여명이 배치돼 있었다.

　이들 전문간호사들은 Interdisciplinary Practice 위원회에서 마련한 표준화 절차지침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자신의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

　심장 관련 전문간호사는 다른 부서와의 의뢰, 수술 전후 관리를 맡고 있었으며 뇌출혈프로그램 전문간호사는 자료조사, 지역사회 교육, 재활, 프로그램 개발 등을 담당했다. 통증전문간호사는 체온, 맥박, 호흡, 혈압에 이어 통증을 다섯 번째 활력징후로 측정하고 입원환자의 통증사정 및 관리를 전담했다.

　상처·장루전문간호사는 치유기간을 단축시키는 등 상처를 비용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물론, 교육 및 영양상담 등을 해주고 있었다. 완화(Palliative) 전문간호사는 치유가 어려운 말기암환자 등의 가족을 지지하고 환자와 가족이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데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외래 각 부서에 배치된 전문간호사의 역할을 직접 견학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와함께 환자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분야의 의료팀원들과 회의하는 현장에도 참여했다.

　로마린다대학병원에서 전문간호사는 환자에게 직접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간호사에 대한 교육 및 감독, 다른 의료진과의 의뢰, 독립적 의사결정 등을 열정적이고도 학구적으로 해내고 있었다. 또한 병원에서는 전문간호사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재원일수 감소,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춘 환자관리, 팀워크 향상, 양질의 간호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환자와 보호자들도 책임감 있고 전문적인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간호사를 무척 신뢰했다. 권위적이지 않으며 작은 불편에도 귀기울이고 반응해 주는 전문간호사를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연수기간 동안 무엇보다도 팀 리더인 전문간호사가 환자들과 깊은 신뢰관계를 맺으며 간호를 제공하고 팀원인 간호사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뉴포트비치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연수기간 동안 만났던 전문간호사들을 하나 둘씩 머리 속에 그려봤다. 전문성을 가지고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위에 동료들의 얼굴이 겹쳐졌다. 병원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환자들이 생각나면서 두 팔과 다리에 새로운 힘이 솟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염 계 정(삼육대 간호학과 석사과정)

염계정  news@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