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2-10-10 오후 12:50:07

제14차 세계장루전문가회(WCET) 학술대회가 이탈리아 플로렌스에서 열렸다. WCET(World Council of Enterostomal Therapists)는 1976년 발족되었으며, 2년마다 세계의 장루·상처·실금전문간호사들이 이 분야에 대한 경험과 정보를 교류하고 토론하는 학술대회이다.
　
1958년 세계 최초로 장루클리닉을 설립한 Norma N Gill 여사는 장루전문간호사의 호칭을 ET(Enterostomal Therapists)라고 하였으나 장루전문간호사의 영역이 확대되어 장루뿐만 아니라 각종 상처 및 실금관리까지 하게 되면서 1992년부터는 상처·장루·실금전문간호사(WOCN ; Wound, Ostomy, Continence)라는 호칭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 처음으로 장루전문간호사가 탄생하여 현재 국내외 전문간호과정을 통해 배출된 전문간호사가 700여명에 이르며 장루·상처·실금전문간호사회(KAWOCN)를 통해 학회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 총 참석인원은 1200여명으로 50여개 나라에서 온 전문간호사, 실무간호사, 교수, 의사 등 세계의 석학들과 실무진이 참석했다. 개회식 날 `KOREA'라는 안내 방송과 함께 애국가가 울려 퍼졌고 태극기가 대형화면에 비춰지면서 간호사들이 한복을 입고 입장했다. 세계 간호사들로부터 환영의 박수를 받았고 환한 미소로 답할 때 눈물이 핑 돌며 한국 간호사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학술대회 프로그램은 장루간호, 대변 및 소변실금간호, 상처간호, 누공간호로 나누어져 있었고 구두, 포스터, 비디오로 발표했다.

　장루간호에서는 장루에 대한 합병증 관리, 새로운 제품의 소개와 효과, 일반적인 간호 등 다양한 논제가 나왔으나, 세계적인 이슈는 장루 보유자의 삶의 질에 대한 것이었다. 장루 보유자에게 보다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제시되었으나 무엇보다도 장루전문간호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강조되었다.

　상처관리 영역에서는 어려웠던 상처관리 경험들이 소개됐다. 인상 깊었던 것은 영국 간호사가 한 아기의 어려운 상처를 잘 관리해 현재 건강한 어린이로 성장한 모습까지 보여주었는데 발표가 끝난 후 큰 박수를 받았다. 또 하나는 짐바브웨이 간호사가 에이즈 감염 환자의 상처 감염 실태에 대해 발표한 것이었는데, 어려운 환경에서도 최상의 간호를 제공하는 멋진 간호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른 나라 사람이지만 같은 간호사로서 자랑스러웠다.

　대변 및 소변실금간호 영역에서도 고난이도의 관리방법이 소개되었지만 이 방법들은 이미 한국 간호사들도 적용하고 있는 것이어서 결코 우리나라의 간호 수준이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자부심을 느꼈다.

　학술대회를 통해 세계적인 간호 수준을 배우고 여러 가지 간호방법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고, 이런 기회를 주신 여러 선생님들에 대한 깊은 감사와 함께 끓어오르는 열정과 책임감이 교차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상처·장루·실금전문간호를 비롯한 많은 분야의 전문간호사제도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WCET와 같은 세계 학회에서 다른 나라 간호사들과 서로 교류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전문간호사라는 자긍심과 도전정신으로 내실을 다져나간다면 태극전사들이 4강 신화를 창조한 것처럼 WCET 학술대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꿈이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다.

김 희 영(동아대병원 간호사)

김희영  news@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