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4-05-06 오전 08:48:56

윤 민 희(동수원초등학교 보건교사)

님을 찾아 왔는데
님은 보이지 않고
님이 남기고 간 사랑의 흔적만 교정을 가득 채웁니다.

꿈이 아니면 오보이기를
얼룩진 세상에서
사제간의 정이 또 한번 끊어졌다니
무엇이 저 아름다운 사람을 빼앗아 갔을까?

자신의 도시락을 건네주던 사람
좁아지는 수학여행길을 용돈으로 채워주던 사람
책갈피에 꽂아둔 마른 꽃잎을 가을선물로 주던 사람
먼 길 떠난다고 밥상 차려 주던 사람
작은 마음뿐이라고 늘 안타까워하던 사람.

님이 사랑하고
님을 사랑하는 제자들의 신음소리는
조각난 사랑되어 애처로이 부르는데
긴－ 이별을 준비하는 님의 영정은
찾는 이의 가슴을 미어지게 합니다.

잃어버린 정을 찾아주고
지나치는 배려를 안겨주고 떠나간
아직은 님을 기다려야 합니다.

님께서 펼쳐놓은 사랑의 줄기는
내일의 싹이 되고
나라의 꿈이 되어
헛되지 않는 향기로 영원토록 빛나리니
안락한 꿈길에서 살포시 잠드소서.



※ 고 이사순 한광여중 보건교사는 학생체벌과 관련 동료교사를 변호한 문제로 경찰조사를 받은 후 자책하다 유명을 달리했다. 생전에 온화한 성품으로 제자들의 존경을 받았으며 보건교육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추모의 정을 시로 담아낸 윤민희 보건교사는 `문학과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윤민희  news@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