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4-12-30 오전 09:11:41

　정신보건간호 분야 간호사와 교수님, 정신보건 수련생 24명은 정신보건전문간호사회(현 정신간호사회)가 주관한 8박9일간의 호주연수를 다녀왔다. 연수기관인 로젤병원은 병원을 표시하는 작은 팻말이 걸려 있을 뿐 일반 주택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으며 울타리가 없는 아름다운 숲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었다.

　연수프로그램은 로젤병원의 교육전문간호사인 폴이 시드니의 전반적인 정신건강서비스체계에 대해 교육하고 정신보건센터 등 현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호주의 정책이나 법은 두가지 기본 가치를 지향하고 있었는데, 하나는 자연과 전통문화의 보존이고 다른 하나는 다양한 인종과 종교, 문화에 대한 존중과 수용이었다. 특히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정신보건법을 비롯해 모든 정책과 제도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실례로 원주민이나 소수 민족들, 난민들의 문화에 맞는 개별적인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우리가 방문했던 정신보건센터에는 한국말 통역서비스를 위해 한국간호사가 근무하고 있었고 `당신의 정신건강을 위해 도움이 필요하십니까'라는 제목의 작은 안내책자가 한국말은 물론 중국어, 베트남어 등 10여개 언어로 비치돼 있어 호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었다.

　지역사회와 병원간의 연계도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로젤병원은 중부 시드니 지역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병동마다 각기 담당하는 커뮤니티가 따로 있어 환자의 거주지역에 따라 입원병동이 다르게 돼있다. 환자가 퇴원하게 되면 거주지역 정신보건센터와의 연계를 통해 환자를 계속적으로 관리한다.

　로젤병원은 건물이나 가구 등 시설이 매우 낡아 우리나라 80년대를 연상하게 했지만, 간호사 1인당 환자 4～5명을 그룹별로 나누어 집중적으로 케어하고 있었다. 호주에서는 대형병원을 점차 없애는 추세라 220병상인 로젤병원도 내년이면 문을 닫는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의료현실과 많이 달라 놀라웠다.

　산전산후 정신전문간호사와 종합병원 응급실에 상주하는 정신전문간호사의 역할도 인상적이었다. 산전산후 정신전문간호사는 대부분 조산사 면허를 가지고 있었는데 임신직후부터 산후 일년까지 산모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정신과 상담, 위기 중재, 부모역할 준비교육 등을 제공하고 있었다.

　청소년센터는 1800년대 영주의 저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예술적인 정경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청소년센터는 학교와 치료센터를 겸하고 있었다. 정신전문간호사들은 환자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함께 일한다고 말해 정신간호를 하는 우리 모두가 마음에 새겨야 할 중요한 메시지를 일러 주었다. 연수 마지막날 파티에서는 로젤병원 간호부장이 직접 앞치마를 입고 바비큐 파티를 열어주어 모두들 마음이 훈훈해졌다.

　이제 돌아와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고 앞으로 노력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 본다. 의사중심의 정신보건정책과 열악한 재정여건 속에서도 모든 자원과 지혜를 동원해 치료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환자들에게 애정을 쏟아 붓는 간호사들의 열정이 미래를 밝게 해주리라 믿는다. 우리나라에도 환자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정신보건체계가 실정에 맞게 구축되어 갈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김 혜 숙(용인정신병원)

김혜숙  news@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