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7-18 오전 10:12:03

　올해 95세. 아침에 운명하셨다는 소식을 듣는다. 시집와서 80년 가까이 살았다던 작은 오두막 흙담집. 얕은 호흡과 실금과 피부문제로 부름이 잦았다. 나의 발길도, 손길도 바빴다.

　임종이 다가오자 정성이 갸륵한 딸의 간호를 받다가 병원에 갔는데 의식이 회복되어 한사코 집으로 가자고 하시어 오신지 일주일만이다. 일찍이 남편과 사별하고 사심도 없고 선하고 순하게만 살아오신 할머님은 큰 고통 없이 곱게 눈을 감으셨다.

　나와의 인연은 꼭 22년째. 73세 되던 해에 가정방문을 통해 혈압관리 대상자로 만난 분이다. 그 지나간 시간의 숲에서 만남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그동안 그 분의 슬픔과 걱정과 불안을 읽어주고 경청하고, 함께 웃어주고 외로울 때 동참하고 때론 밭에서 일하다가 만나면 잠시나마 생각을 공유하던 일이 스쳐 지나간다.

　참으로 많은 시간을 나누었기에 남다르게 가슴에 애잔함이 남는다. 동시에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와의 만남으로 수없이 제공된 제한된 진료와 간호에 편안하셨을까? 영적인 위로는 받으셨을까?

　복용약이 없다는 연락이 와서 달려가면 두 팔 벌리며 반가워 하셨으니, 그래도 긴 세월 속에서 동네 이웃 같은 따듯한 동행이었다고 믿고 싶다.

　어떻게 웃어줄까. 그 무엇이 되어줄까. 마음의 온기를 채워주던 앞마당 붉은 봉선화의 눈빛이 오늘은 슬퍼 보인다.

김연희 시인 (경남 마산시 수정보건진료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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