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2-11-27 오후 12:54:41

내가 처음 병원에 입사했을 때 남자간호사는 단 둘이었다. 간호업무현장은 당연히 여자간호사 중심으로 세팅되어 있었고,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았다.
　
남자 탈의실이 없어 의사 탈의실을 이용했다. 화장실은 환자들이 사용하는 공용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당시에는 남자 기숙사도 마련되지 않아 1시간이 넘는 거리를 출퇴근해야 했다.
　
하지만 간호업무에 있어서는 동등한 대우를 받았다. 여자간호사 동료와 선배들에게도 점점 인정받기 시작했다.
　
남자간호사들은 꼼꼼함이 부족한 대신 의료장비 등을 작동시키는 데 능숙했고, 환자의 손과 발이 되어 주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힘이 좋아 훨씬 수월하게 간호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환자복을 오픈해 처치할 때에도 남자간호사가 직접 남자환자를 케어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에서는 남자간호사들을 성별과 관계없이 평범한 한 명의 간호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동료들과 선후배들은 남자간호사들의 어려운 점에 귀 기울였으며,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병원에서 남자간호사가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이 형성됐고, 그것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남자 기숙사가 마련됐고, 남자간호사 탈의실이 생겼으며, 남자간호사 배치를 늘리기 위해 모든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힘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2년 전만 해도 남자간호사는 나와 동기 단 둘이었지만 지금은 중환자실 간호사의 절반이 남자간호사로 배치됐다. 그리고 다른 부서에도 남자간호사가 점점 늘고 있다.
　
남자간호사가 늘어나면서 병원문화도 더욱 활기차고 능동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중환자실의 분위기도 어느 병동보다 화기애애하게 변했다.
　
이 모든 것은 간호사라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한 남자간호사들과 그들을 하나로 보듬어준 동료와 선후배들이 함께 이끌어낸 변화였다.
　
변화의 발걸음에 내가 함께 했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다. 나는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을 한다.

편집부  news@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