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는 여자의 직업이라는 편견을 깨며 의료현장의 풍속도를 바꿔나가고 있는 남자간호사들 이야기가 주말저녁 지상파 방송을 탔다.
KBS 1TV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3일'에서 `미스터 나이팅게일-대학병원 남자간호사 72시간'을 6월 19일(일) 밤 10시40분 방영했다. 세브란스병원 남자간호사들의 3일 낮과 밤을 밀착 취재했다.
응급진료센터를 넘어 일반병동, 신경계중환자실, 신생아집중치료실, 심혈관검사실 등 다양한 파트에서 활약하고 있는 남자간호사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무엇보다 남자간호사를 바라보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자연스럽고 따뜻한 시선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일반병동에서는 “최고다, 최고! 우리 남자간호사 선생님이 최고다”라는 반응이 유쾌하게 쏟아졌다. 간호사는 남자가 꼭 있어야 하는 직업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는 아기 안는 법을 꼼꼼하게 가르쳐 주는 남자간호사에게 “초보 엄마인 저 보다 낫다”며 믿음직한 반응을 보였다.
함께 일하는 동료간호사들 역시 대만족이다. 수간호사는 “든든하고, 생각보다 섬세하고 꼼꼼하며, 여자간호사보다 더 친절하고 따뜻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렇게 인정받는 날이 오기까지가 결코 쉽지는 않았다.
일반병동에서 근무하는 한 남자간호사는 “처음에는 제가 간호사인지 모르고, 왜 우리 병실에는 간호사가 안 오고 남자만 왔다 갔다 하냐고 묻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남자간호사들은 “초기에는 여자간호사가 주류인 문화에 적응하면서 우선 살아남는 것이 목표였다”고 토로했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에 근무하는 남자간호사는 모두 96명이다. 병원 내 남자간호사회를 조직해 고민과 고충을 털어놓으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다. 대학원에 진학하고, 전문분야 국제자격증을 취득하며 자기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환자들과 따뜻하게 소통하면서, 섬세하고 능숙하게 돌보고, 응급상황에 침착하게 대응하는 남자간호사들. 더 이상 남자와 여자를 구분해 부르는 게 의미 없어질 날이 가까이 다가온 것 같다.
일이 힘들 때면 초심을 떠올린다는 한 남자간호사의 마지막 말이 여운을 남긴다.
“저는 그냥 간호사였으면 좋겠습니다. 남자간호사도 아니고, 어떤 훌륭한 간호사라는 얘기를 듣고 싶은 것도 아니고요. 환자분들, 보호자분들에게 그냥 간호사라는 말을 듣는 게 가장 좋은 호칭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숙현 기자 shkim@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