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한 판단력과 투철한 사명감 필요
◇간호사 전문성 발휘할 수 있는 분야
구내식당 저녁식사 시간, 갑자기 출동벨이 울린다. 막 뜨려던 숟가락을 지체 없이 내려놓고 계단을 내달리듯 뛰어올라 119구급차에 오른다.
병원 밖 시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먼저 그들의 생명을 지키고 있는 소방공무원 간호사들이 있다. 김정호 남자간호사(35세)와 이성수 남자간호사(34세)가 주인공.
두 사람은 서울소방재난본부 동대문소방서 현장대응단 구급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119구급대원이다. 사건·사고·질병·재해 등으로 발생한 응급환자가 119에 신고됐을 때 출동해 응급처치를 하고 병원으로 이송한다.
“출동하는 구급차 안에서 신고자와 통화하며 현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장에 도착하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즉각 응급처치에 들어간다. 짧은 순간 생사가 갈릴 수 있기에 한 순간의 망설임도,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구급대원에게 냉철한 판단력과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소방공무원이 되기 전 김정호 구급대원은 응급실, 이성수 구급대원은 중환자실에서 근무했는데 그 경력이 큰 자산이 되고 있다.
의식이 없는 환자들을 이송하고,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 쉬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기에 강한 체력도 필수다. 틈틈이 운동하며 체력관리를 한다.
구급대원들이 출동하는 상황은 가벼운 복통에서부터 화상, 심장마비, 대형교통사고 등 다양하다. 어린아이 사망사고, 자살사건 등을 경험하며 트라우마를 겪기도 한다. 화재현장에도 출동해 구조되는 시민과 화재진압 중 부상을 당하는 소방대원을 대상으로 응급처치를 한다.
고된 업무보다 구급대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따로 있다. 응급상황이 아닌 일로 신고하거나,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시민을 만날 때다. 정말 위급한 시민들이 신속한 도움을 못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출동을 끝내고 돌아오면 구급기록지를 작성하고 다음 출동을 위해 구급차를 정리한다.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또 출동벨이 울린다.
“한 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는 업무의 연속이지만 시민의 생명을 구한다는 자긍심과 보람이 모든 것을 잊게 합니다.” 이성수 구급대원은 처음으로 시민의 생명을 소생시켰을 때 썼던 자동제세동기 패치를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고.
“구급대원은 간호지식과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간호사가 활약할 수 있는 전문분야입니다. 더 많은 간호사들이 진출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구급대원 간호사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도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언제까지나 현장을 누비며 ‘내가 출동하면 반드시 생명을 구하는 구급대원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두 사람. 굳은 의지와 함께 신발 끈을 다시 한 번 조여 맨다.
◇ 지난해 기준 소방공무원 간호사 960명 활동
◇ 병원 경력 2년 이상 갖춰야 시험응시 가능
우리나라 소방공무원 4만2300명 가운데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2015년 말 기준 960명이다.
소방공무원 활동분야는 소방·구조·구급 등으로 나뉘며, 간호사들은 주로 구급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구급분야 소방공무원은 ‘경력경쟁채용'을 통해 선발한다. 시도지사가 임명하며, 채용시험은 시도별로 연 1∼2회 실시된다. 간호사, 응급구조사, 의사가 지원할 수 있다.
간호사의 경우 면허 소지자로 의료기관 근무경력 2년 이상이어야 응시할 수 있다. 응시 가능한 연령은 20세 이상 40세 이하이다.
채용 시험절차는 5단계로 진행된다.
△필기시험(소방학개론, 국어, 영어) △체력시험(악력, 배근력, 앉아윗몸앞으로굽히기, 제자리멀리뛰기, 윗몸일으키기, 왕복오래달리기) △신체검사 △서류전형 △면접전형.
김숙현 기자 shkim@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