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말기환자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그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있습니까?”
안젤로 볼란데스(Angelo Volandes)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대화 : 말기환자 케어의 혁신’ 주제로 ‘제7회 Korea Healthcare Congress’에서 기조연설하며 질문을 던졌다.
볼란데스 교수는 각 나라에서 말기환자 케어에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지만, 환자가 원하는 치료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대화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말기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죽음과 치료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의료진이 정보를 제공하고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시스템에서 벗어나 집에 머무르며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임종하길 원하는 많은 환자들이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정맥주사를 맞으며 의료기기와 연결된 채 고통 속에서 사망하고 있다”면서 “환자가 원하지 않는 의료를 제공하는 것은 의료과오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볼란데스 교수는 말기환자들이 자신의 치료방식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중환자실 등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말기환자가 의료기기에 의존해 누워 있는 모습, 심폐소생술 장면 등을 직접 본 환자들은 대부분 연명의료(Life-Prolonging Care) 대신 제한적 치료(Limited Medical Care)나 완화의료(Comport Care)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말기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방식 결정에 대해 구두로만 설명한 집단과 구두설명과 함께 동영상을 보여준 집단으로 나눠 비교했을 때 선택 결과가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두설명만 들은 집단에서는 26%가 연명의료, 52%가 제한적 치료, 22%가 완화의료를 선택했다.
반면 구두설명과 함께 동영상을 보여준 그룹에서는 연명의료를 선택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4%가 제한적 치료, 92%가 완화의료를 선택했다. 4%는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환자들은 동영상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선택해야 할 지 알게 됐고, 의료진에게 무엇을 물어보고 싶은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응답했다.
볼란데스 교수는 “말기환자가 자신의 치료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히 대화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환자의 존엄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의료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이 환자와 충분히 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병원은 환자를 위해 존재하며, 의료진과 대화하는 것은 환자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주혜진 기자 hjjoo@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