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환자의 의료인 폭행 사회적 문제 대두
◇응급실 안전 보장 시급 ··· 응급실 이용문화 개선해야
최근 전북 익산의 응급의료센터에서 발생한 의료진 폭행 등 응급의료현장에서 발생한 폭력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응급의료현장의 폭력 근절과 안전한 응급의료환경 구축을 위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응급의료현장 폭력 추방을 위한 긴급정책토론회'가 7월 13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응급의학회, 병원응급간호사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가 주관했다.
이날 토론회 주관단체들은 '응급의료현장 폭력 추방을 위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호소문을 통해 “응급의료 종사자에 대한 폭언과 폭행에 대해 관계 당국이 엄중히 다뤄주길 강력히 요청한다”면서 “안전한 응급의료현장이 조성될 수 있도록 법·제도적,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응급의료현장에서의 폭언과 폭행이 다른 응급환자의 생명에 위해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안전한 응급의료현장을 만들기 위한 응급의료서비스 이용 문화 개선에 국민들이 참여해달라”고 부탁했다.
토론회에서는 응급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폭력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제도적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주제발표가 이뤄졌다.
김호중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료진 폭행 등 응급의료 방해에 대한 처벌 규정이 명시돼 있지만, 실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응급의료에 대한 이해 부족, 폭력발생 시 병원의 소극적 대처, 폭력신고 시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 전문경비인력의 대응 한계 등이 폭력발생의 원인이며, 가해자 대부분은 주취자(술에 취한 사람)”라고 말했다.
홍성엽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적정진료 및 성과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은 매우 잘 돼 있지만 응급실이나 구급차 안전을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은 없다”면서 “특히 경찰이 주취자를 민간의료기관에 인계하면 의료기관은 이를 거부할 수 없고, 더 이상 경찰의 책임이 아니게 돼 응급의료기관이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류현욱 대한응급의학회 법제이사는 “응급의료현장에서의 의료진 폭행은 피해자만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응급의료의 공백을 야기하고 응급환자진료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면서 “응급의료 폭력행위 처벌, 안전관리체계 및 주취자 관리 등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계와 환자단체, 언론, 관계부처 등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정은희 병원응급간호사회장은 “응급의료현장에서는 의료진에 대한 욕설, 폭력, 성희롱 등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면서 “응급실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언어폭력은 94.9%, 신체적 위협은 87.5%, 물리적 폭력은 34.2%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폭력은 간호사들의 불안감과 무기력감을 가중시키고, 결국 응급의료현장을 떠나게 하는 원인이 된다”며 “증거수집, 의료기관 내 경찰 상주, 피해 의료진의 회복을 위한 지원시스템 등 법·제도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재찬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안전이 보장돼야 할 응급실에서 폭행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것을 보고 참담했다”면서 “응급실 이용문화 개선을 위한 대국민 홍보를 올 하반기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주원 경찰청 형사과장은 “응급실은 생명과 직결되는 곳이므로 의료진에 대한 폭력예방 및 안전에 최선을 다하고, 가해자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표창원 국회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한 사람의 생명이 긴급하게 오가는 응급의료현장에서 의료진에 대한 폭행은 곧 위급한 다른 환자들에 대한 진료방해나 다름없다”면서 “'의료인 폭행방지법'을 면밀히 재검토해 실효성을 높이고, 의료진에 대한 폭행은 곧 한 생명에 대한 위협임을 알리며 법의 테두리가 의료인과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주혜진 기자 hjjoo@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