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심리적 만족 주는 공간돼야
감염 위험정도 따라 부서 분리 배치
재난 발생 시 수평피난 원활하게 설계
소독약품 잘 견딜 수 있는 마감재 사용
“최근 병원건축은 안전하고 효율적이면서도 사람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미래의 병원건축과 안전' 주제로 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K-Hospital Fair 2018)에서 열린 병원건축포럼에서는 병원건축의 실질적 전략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정보를 공유했다. 전문가들은 “`공사하지 않는 병원은 죽은 병원'이라는 말이 있듯이 시대적 변화와 요구에 따라 병원도 탈바꿈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현두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서기관은 “의료기관 시설에 대한 기준은 메르스사태, 장성요양병원 및 밀양세종병원 화재, 성형외과 수술 사고 등 여러 사건사고를 계기로 강화되고 있다”면서 “음압격리병실 설치, 무균조제시설 확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등 안전성을 중심으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한 병원은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의료소비자에게 심리적 만족감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예로 수술을 앞둔 환자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수술대기실의 조명 밝기를 낮추고 의료진의 동선을 설정하는 등 환자 중심으로 시설이 디자인되고 있다.
김소윤 연세대 의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는 “얼마나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느냐는 환자가 병원을 선택하는 기본조건이 된다”며 “병원은 지금의 시설 상태가 10∼20년 후에도 환자에게 만족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로봇 활용, 인공지능화 등 병원환경에도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20∼30년 후 병원의 모습은 지금과 매우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병원환경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감염예방을 위해서는 어떻게 설계돼야 할까. 한수하 순천향대 간호학과 교수는 “의료관련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부서 배치 계획 시부터 병원의 각 부서를 감염 위험정도에 따라 3가지 영역으로 분류하고 이를 고려해 설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수술실과 중환자실 등 감염으로부터 보호돼야 할 영역, 격리환자 입원병동과 의료폐기물 처리구역 등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영역, 행정사무실 등 감염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영역으로 구분해 서로 분리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오염된 동선을 가능한 짧게 계획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작업공간이 좁을수록 불필요한 접촉이 늘어나 감염의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충분한 작업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병원의 모든 마감 재료는 쉽게 청소할 수 있고 소독약품에 잘 견딜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수하 교수는 “리모델링 등 병원 건물 내부에서 공사가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감염관리 위험 사정(ICRA) 후 공사를 시작하고, 감염관리를 위해 환자 진료공간과 근접한 공사현장의 음압상태를 유지하고 방호벽에 틈이 없는지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재 등 재난에 대비한 건축계획도 강조됐다. 허은영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헬스케어설계본부장은 “병원에는 환자, 장애인, 노인, 소아 등 거동취약계층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인명피해가 크게 일어날 수 있다”면서 “24시간 운영으로 위험에 항시 노출돼 있으며,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이라는 점에서 재난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어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수평피난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공간을 계획해야 한다”면서 “피난계단, 방화벽 등 설비에 적절한 투자를 해야 인명이나 재물의 손실을 최소화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혜진 기자 hjjoo@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