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후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합당한 이유 없이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법 제86조에 근거해 간호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간호법 제정을 위한 입법절차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국회법 제86조에 따른 입법절차 적용에 대하여’ 주제로 11월 16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강훈식·고영인·김민석·김원이·서영석·인재근·최종윤·최혜영 국회의원과 국민의힘 최연숙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했다.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가 주관했다.
국회법 제86조 무엇인가
간호법 제정안은 올해 5월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으며, 같은 날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지 않고 있다.
국회법 제86조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는 회부된 법률안에 대해 체계·자구 심사를 해야 하며, 이때 체계·자구의 심사 범위를 벗어나 심사해서는 안된다.
또한 법제사법위원회가 이유 없이 법률안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소관 위원회(간호법의 경우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은 간사와 법률안 본회의 부의 여부에 대해 협의할 수 있다. 이의가 없는 경우에는 본회의 부의를 서면으로 요구하고,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무기명투표를 해 해당 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국회의장은 본회의 부의 요구가 있을 때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법률안을 본회의에 부의한다. 다만 30일 이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본회의에서 무기명투표로 표결해 부의 여부를 결정한다.
법사위, 합당한 이유 없이 간호법 체계·자구 심사 유보
국회법 제86조 적용 --- 본회의 부의 방안 논의해야
이날 토론회는 미래소비자행동 조윤미 대표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으며,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김원일 활동가가 주제발표를 했다.
○김원일 활동가는 ‘법제사법위원회에 발목 잡힌 간호법,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주제발표를 통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체계·자구 심사를 한 후 본회의에서 간호법안을 의결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며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간호법안이 회부된 지 184일이 되도록 이유 없이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조차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어, 불가피하게 국회법 제86조에 따른 입법절차를 논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온 YMCA 신종원 이사는 “합당한 이유 없이 상정조차 하지 않아 ‘심사 미완료’ 상태인 간호법 제정 입법 건은 국회의 직무 유기, 자기부정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국회법 제86조에 의거해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 본회의 부의 여부를 간사와 협의하고, 협의 결과에 따라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부의를 요구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나영명 기획실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간호법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고 체계·자구 심사를 보류하는 것은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월권행위”라며 “쟁점 법안을 법제사법위원회 내에 계류시켜 본회의 상정을 고의로 지연하려는 정치적 악용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제사법위원회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국회법 제86조)를 간호법 추진에 활용해야 한다”며 “간호법은 정쟁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되며, 여야 모든 정당과 국회가 최우선 추진해야 할 민생법이자 국민건강법”이라고 강조했다.
○대한간호협회 곽월희 제1부회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국회법에 따라 즉각 간호법을 상정해 체계·자구 심사를 시작하고, 본회의에 간호법안을 회부해야 한다”며 “법제사법위원회는 명분 없는 법안 발목잡기를 중단하고, 간호법 제정 등 민생개혁을 위한 입법과제 실현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의원들은 개회사를 통해 “간호법이 조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또한 “오늘 토론회를 통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간호법안 통과를 위해 국회법 제86조에 근거한 입법절차 등 실질적인 방안이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는 올해 4월 20일 출범했다. 간호, 보건의료, 노동, 법률, 시민사회, 소비자, 종교 등 사회 각계에서 1300여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정규숙 편집국장 kschung@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