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 대표자들이 4월 27일 국회에서 통과된 간호법을 공포해줄 것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단식은 대한간호협회 회관 앞에서 5월 9일 오후 5시부터 시작된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제정을 위한 단식 돌입 선언 기자회견’을 5월 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가졌다. 이 자리에는 대한간호협회 김영경 회장을 비롯한 중앙회 임원과 시도간호사회 및 산하단체 회장들이 함께 자리했다.
간호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3번의 국회 입법 시도 끝에 본회의 의결이라는 결실을 맺은 간호법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여당은 공공연하게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하면서, 그간의 간호법 논의와 입법과정을 모두 물거품으로 돌리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에 간협 대표자들은 전국의 50만 간호사와 12만 간호대학생을 대표해 사생결단의 각오로 간호협회 회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간호협회는 단식을 시작하는 이유를 4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간호법에 대한 보건복지부와 여당의 태도에 대한 깊은 유감을 표하기 위해서다.
간호협회는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간호법 법안심사과정에서 했던 복지부 차관의 발언을 모두 뒤집고, 간호법에 대한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있다”며 “이는 헌법상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며,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절대 가져서는 안되는 태도”라고 강조했다.
또한 “여당인 국민의힘은 간호법 반대단체의 의견만을 반영한 간호법 중재안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국회 본회의에 안건이 상정되자 토론조차 하지 않고 퇴장해버렸다”며 “이는 국가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할 여당으로서 공정과 상식에 합당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 등 간호법 반대단체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기 위해서다.
간호협회는 “의사협회는 간호법이 제정되면 ‘보건의료체계가 붕괴된다’ ‘간호사가 의사가 된다’ ‘간호사가 개원을 한다’ ‘간호사가 단독진료를 한다’는 허위주장을 그치지 않았다”며 “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조무사의 일자리를 뺏는다’ ‘간호조무사를 차별하는 법이다’라며 허위주장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 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간호사의 업무는 의료법과 동일하게 규정했고, 간호조무사협회는 법정단체로 규정됐다”며 “그런데 무엇이 부족해 허위주장을 그치지 않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특히 “두 단체가 힘을 모아 휴업을 빙자한 단체 진료거부를 일삼으면서 국민을 겁박하고 있다”며 “즉각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집단 진료거부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셋째, 절실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국민에게 간호법 제정의 필요성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간호협회는 “간호법은 초고령사회 국민의 간호돌봄 수요를 충족하고 더 나은 간호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의료법 위반의 위험성 없이 각자의 면허(자격) 범위 내에서 일할 수 있게 됨으로써 국민 건강증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넷째, 간호계 선배이자 대표자로서 우리 자신을 반성하기 위해서다.
간호협회는 “간호법을 지금까지 제정하지 못한 것은 우리 간호계 선배들이 시대적 소임을 다하는 데 최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임을 깊이 자책하고 있다”며 “우리 대표자들은 뜨거운 여름과 차가운 겨울에도 쉬지 않고 매주 수요일마다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위한 집회를 이어가면서 참회의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또한 “간호사들은 100년 역사 동안 오직 헌신만 알고 권리를 위해 싸우지 않았다”며 “이제 간호법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는 만큼 우리 대표자들은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로 우리 자신을 던질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간호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부디 간호법이 최종적인 법률로 확정될 수 있도록 공포해주실 것을 윤석열 대통령께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어 “간호법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 숙원사업이며, 지금 제정된다고 해도 다른 국가에 비하면 너무나도 늦었다”며 “2005년부터 논의됐던 간호법 제정을 이제 와서 수포로 돌리는 것은 공정과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협회는 끝으로 “전국 16개 시도 지역별로 총선기획단이 출범한다”며 “앞으로 총선기획단을 통해 전국 50만 간호사와 12만 예비간호사가 1인 1정당 가입하고, 가장 공식적인 의사표현 수단이자 기본권리인 투표를 통해 우리의 뜻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규숙 편집국장 kschung@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