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2-12 오전 10:28:09

◇ 정신간호사, 시설 운영 적극 참여해야

　서울 송파구 석촌동. 평범한 여느 가정집과 다를 것 없어 보이는 한 다세대 주택 2층에 정신장애인들의 희망의 공간 `하얀마음'이 있다.

　`하얀마음'은 지난해 3월부터 서울광역정신보건센터로부터 대한간호복지재단이 위탁받아 정신간호사회가 운영하고 있는 여성 사회복귀주거시설이다. 남성들을 위한 시설 `파란마음'(은평구 갈현동)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한 저소득층 정신장애인들이 사회인으로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두 시설에 각각 7명의 정신장애인이 입소해있다. 강영옥 하얀마음 시설장(정신전문간호사)은 “이곳은 정신장애인들이 안정적인 제2의 인생을 열어 갈 수 있도록 정서적 지지기반이 되어주는 따뜻한 가정”이라고 소개했다.

　강영옥 시설장은 입소자들의 어머니다. 밥 짓고, 국 끓이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기본 가사활동은 물론이고 금전, 외모관리까지 돕고 살핀다. 각자의 기능에 맞는 파트타임 일이나 직업재활프로그램을 연계해 주고, 콘서트나 음악회 관람을 함께 하면서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우도록 돕는다.

　하얀마음 입소자인 박 모 씨(38세)는 “내 집, 내 엄마처럼 여겨져 모든 이야기를 맘 편히 털어놓고 기댈 수 있다”면서 “이제는 밖으로 나가 어떤 일이든 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고 말했다. 우울증이 심해 방문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던 그가 자신의 의사를 당당히 표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요즘은 파트타임 일을 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아가고 있다.

　정은숙 파란마음 시설장(정신보건간호사)은 “마음을 나누는 데 미숙했던 입소자들이 서로 생일을 챙기고 선물을 나누는 모습을 봤을 때 가슴이 뭉클해졌다”면서 “`잘 했다'는 칭찬 한마디가 큰 변화와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일 년에 두 번 가족 모임을 열고 있다. 가족들에게 따뜻한 지지와 칭찬,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교육시키기 위해서다.

　장화순　정신간호사회장은 “정신장애인들은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간호사들의 전인적인 보살핌과 간호를 필요로 한다”면서 “간호사들이 사회복귀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정신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일인 만큼, 앞으로 더욱 확대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하얀마음, 파란마음'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은 정신장애인들에게 하얗고 푸른 하늘처럼 깨끗한 마음을 주고 있다. 정신장애인들에게 할 수 있다는 의지와 평안을 주는 또 하나의 가정. 그곳에는 봉사정신과 사명감으로 휴일도 반납한 채 온 마음을 쏟고 있는 간호사들의 사랑이 가득했다.

김현정기자  hjkim@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