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 껌을 씹는 간단한 처방으로 수술 후 흔한 합병증인 메스꺼움과 구토를 경감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마취통증의학과 고현정(교신저자, 사진 왼쪽)·채민석(제1저자, 사진 오른쪽) 교수 연구팀이 이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고 8월 26일 밝혔다.
전체 수술 환자 중 약 30% 가량이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진 수술 후 오심 및 구토감(PONV, Postoperative Nausea and Vomitting)은 환자들의 회복을 늦추고, 치료 비용을 높이는 원인이다.
최근 좁은 수술공간의 시야 확보를 위해 수술 중 복강 내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최소침습수술이 증가하면서 PONV 증상을 겪는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연구팀은 양성 난소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로봇 보조 복강경수술을 받은 여성환자 88명을 분석한 결과, 수술 직전 15분간 무설탕 껌을 씹은 그룹 44명에서는 부작용 없이 항구토제의 필요성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구토감을 줄이기 위해 약물적인 방식 외에도 다양한 비약물적 개입이 존재하는데, 그 중 하나가 껌 씹기다. 의학계에서 권위가 높은 코크란 리뷰(Cochrane Review)를 비롯한 여러 메타연구에 따르면, 수술 후 껌 씹기는 위장관 운동을 증가시켜 장 꼬임을 방지하고, 회복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음이 인정되어 왔다.
이에 착안한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이제까지 많은 연구가 진행된 수술 후가 아닌, 수술 전 껌 씹기 효능을 평가했다.
수술 전 껌을 씹지 않은 그룹(대조군)과 껌을 씹은 그룹(실험군)을 비교했을 때, 껌을 씹은 환자들 중 구토방지제 투여가 불필요한 비율이 20.5%(9명)으로, 껌을 씹지 않은 환자들(4.5%, 2명)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 심각한 구토 후유증으로 인한 2차 치료제 투여 비율도 47.7%(21명)로 나타나, 껌을 씹지 않은 환자들(84.1%, 37명)보다 낮았음을 확인했다.
연구팀 고현정 교수는 “최소침습수술인 로봇 및 복강경 수술은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복강 내 이산화탄소(CO2)를 주입하는 수술 방식으로 인해 환자들이 구토를 경험하는 비율이 높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비약물적 개입으로 구토를 경감시키는 것이 이번 연구의 주안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술 전 금식기간에 환자 자의적으로 껌을 씹는 것을 허용할 것인지는 아직까지 조심스럽지만, 의료진에 의해 잘 통제된 환경에서 계획적으로 껌을 씹는 것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다양한 후속연구가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메디치나(Medicina) 최근호에 게재됐다.
한편 2014년 미국마취학회(ASA, American Society of Anesthesiologists)는 연례회의를 통해 수술 전 금식 기간에 껌을 씹는 것이 수술 후 합병증을 증가시키지 않고 안전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2023년에는 ‘수술 전 단식을 위한 진료지침’ 개정판을 통해 건강한 성인이 수술 전 껌을 씹더라도 수술을 연기할 필요가 없으며, 특별히 흡인성 폐렴의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정혜진 기자 news3@koreanursing.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