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자꾸 나는 휘어지고 꺾어진다. / 지금 껍질 속의 나와 결별하는 순간이다./ 물컹거리는 내피의 감촉은 출렁인다. // … // 몸을 던지는 봄볕의 결말은 슬프지 않다. / 마음의 둘레에 눈빛을 꽂는다. / 마지막은 늘 처음의 길로 돌아간다. (시 ‘줄기 속을 지나가는’)
시인 오덕순 간호사가 자신의 두 번째 시집 “스탬프 씨, 안녕하세요?”를 펴냈다. 2007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첫 시집 ‘어느 섬의 나이팅게일’을 펴낸 바 있다.
이번 시집은 △제1부=나에게 돌아오는 나에게 △제2부=스탬프 씨, 안녕하세요? △제3부=식물성의 어둠 속에서 △제4부=파워포인트, 물수제비 뜨다 등으로 구성됐다.
‘날아가는 1초’ ‘줄기 속을 지나가는’ ‘파우치를 이해하다’ ‘맑은 날의 스카이라인’ ‘보도블록을 깨다’ ‘나는 보건소에서 탁구공처럼’ ‘스탬프 씨, 안녕하세요?’ ‘블라인드 뒤에서 낮달이 뜨다’ ‘식물성의 어둠 속에서’ ‘파워포인트, 물수제비 뜨다’ ‘생활 다이어리를 넘기다’ 등 총 52편의 시가 실렸다.
오덕순 시인은 “새로운 언어의 알을 품고 내면 깊은 곳을 응시한다. 마음속에 여문 시의 열매, 오랜 시간의 심층을 뚫고 껍질 밖으로 톡톡 터진다. 심장을 치며 행간을 날아가는 시혼의 날갯짓 속에 꽃이 핀다. 꽃나무의 눈빛이 아리다.”는 글을 시집 앞머리에 남겼다.
오덕순 시인은 서울여자간호대학교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경희대학교에서 병원행정 석사학위를 받았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에서 근무했으며, 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 금연상담사로 일했다. 간호사신문이 주최한 ‘간호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작품상을 수상했다.
오덕순 시인의 시 세계에 대해 임지훈 문학평론가는 “외부의 사물에 대한 통찰은 자기 내면에 대한 통찰과 공명하고, 내면에 대한 통찰은 바깥을 보는 시각을 매 순간 일신한다”며 “시적 언어를 지팡이 삼아 불투명한 자신의 내면과 불분명한 외부 세계를 동시에 탐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가독성 높은 일반적인 수준의 생활 언어를 활용하면서도 단어의 선택과 문법적 요소의 결합에 있어 기묘한 개성을 드러낸다”며 “개별적인 문장 단위에서 축적된 언어의 결합을 통해 그 이상의 잉여적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문연 / 128쪽 / 값 12,000원>
정규숙 편집국장 kschung@koreanursing.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