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를 제도화하고, 국가 공인 표준 교육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정책 토론회가 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 간사), 김미애 의원(국민의힘 간사), 김예지 의원(국민의힘), 전종덕 의원(진보당) 등 여야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대한간호협회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공동 주관했다.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국민적 관심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신뢰받는 진료지원업무 수행을 위한 간호사 교육체계 및 제도 확립’을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진료현장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전담간호사의 교육 및 자격체계 마련을 위한 제도적 논의를 본격화한 자리였다.
특히 의사 인력 부족, 업무 공백 등 의료현장의 현실을 반영해, 간호사가 수행하는 진료지원업무에 대해 안전하고 체계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첫 발제자로 나선 이지아 경희대학교 간호과학대학 교수(간호협회 진료지원업무 제도마련 TF 위원장)는 그동안 법적 보호 없이 의료 현장에서 활동해온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들의 현실을 지적하고 “이들에게 체계적인 교육, 자격 기준, 합당한 보상체계, 그리고 법적 보호를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 시스템 내에서의 명확한 역할 정립과 법적 근거 마련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제도화를 통해 환자 안전을 확보하고 간호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호협회 조사에 따르면 현재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4만 명 이상의 간호사가 진료지원업무를 수행 중이며, 교육 제공자와 방식은 병원마다 들쭉날쭉한 실정이다. 63%의 병원이 자체 교육을 시행하고 있었지만, 절반 이상은 표준화된 지침 없이 1:1 도제식 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육 제공자의 절반이 간호사였고, 의사에 의한 교육은 16%에 불과해, 전문성과 안전성을 갖춘 국가 공인 교육체계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간호협회는 이에 따라 총 400시간(공통이론·실기 120시간, 분야별 80시간, 현장실습 200시간)의 표준 교육과정을 제안했으며, 자격 요건으로 ▲간호사 면허 ▲3년 이상의 임상경력 ▲교육 이수 및 자격시험 합격 ▲5년마다 갱신되는 자격 유지 제도를 제시했다. 특히 중환자·응급, 내과, 수술, 재택 등 11개 분야별 자격 고시(안)를 통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자격관리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총 200시간의 교육만 이수하면 자격을 인정하고, 자격 부여 및 교육기관 운영을 병원장의 재량에 맡기되 복지부의 사후 서면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간호협회는 “병원 중심 자율 규정은 의료현장의 혼란과 환자 안전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오선영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5명으로, OECD 평균(3.7명)에 크게 못 미친다”며 “이로 인해 간호사가 진료현장에서 의사의 일부 업무를 대행하게 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간호사의 안전한 노동 환경이 곧 환자 안전으로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전담간호사 제도의 도입이 환자들에게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간호사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임을 설명했다. 또한 진료지원업무 수행하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책임,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보상 체계 마련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실질적인 제도 이행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촉구했다.
오 국장은 특히 진료지원 간호사의 제도화를 위해 ▲업무범위 명확화 ▲진료과 특성에 따른 적정 인력 기준 설정 ▲표준화된 교육과 자격 인증 ▲업무 책임 명확화 ▲일반 간호사에 대한 업무 전가 방지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변호사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진행된 이날 지정토론에는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요양병원 등 다양한 현장의 간호사들이 참여해 현실을 생생히 전달했다. 또한 복지부 간호정책과장, 의료계·언론계 전문가들도 함께해 제도화 방향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공유됐다. 대다수의 토론자들은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 교육은 표준화가 되어야 하며 간호협회에서 이를 관리하고 배치 기준 마련과 함께 자격 체계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같이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수진 의원은 “간호법 시행은 중요하지만, 정부의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규칙’은 문제가 많다”면서 “이 토론회가 올바른 해결책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김미애 의원도 “이 토론회를 통해 환자 안전과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간호협회 신경림 회장은 “간호법 시행을 환영하지만, 병원 자체 교육만으로 자격을 인정하는 정부안은 매우 우려된다”며 “간호 전문성은 환자 안전과 직결된다. 국가가 책임지는 공인 교육과 면허 체계 속에서 진료지원업무가 수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제도는 간호사 보호를 넘어, 환자 안전과 국민 건강을 위한 핵심 제도다. 향후 복지부와 간호계가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 있는 교육 및 자격체계를 조속히 마련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 기반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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