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으며 반려동물은 이제 많은 가정에서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닌 중요한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반려동물로 인한 알레르기 질환, 특히 천식과 비염 등이 여전히 큰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이는 반려동물의 털이나 비듬이 알레르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철저한 관리와 예방을 강조하고 있다.
알레르기 반응의 주된 원인은 반려동물의 털, 비듬, 침, 소변 등에 포함된 단백질 성분이다. 이 성분들이 공기 중에 떠다니거나 가구나 바닥에 쌓이면서, 가려움증, 콧물, 재채기, 기침, 호흡곤란, 두드러기 등 다양한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면역 체계가 덜 발달된 상태이기 때문에, 반려동물과 접촉 후 알레르기 증상이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
아이들이 반려동물과 접촉한 후 알레르기 증상을 보인다면, 혈액검사나 피부 검사를 통해 알레르기 항원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반려동물이 알레르기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만은 아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반려동물 양육이 아이들의 면역 체계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위생 가설(Hygiene Hypothesis)’에 따르면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보다는 다양한 미생물에 노출되는 것이 아이들의 면역 시스템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반려견과 함께 자란 아이들이 알레르기 발생 가능성이 절반가량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려동물은 외부 미생물을 실내로 들여와 아이들의 장내 미생물 구성을 풍부하게 하며, 이는 면역 체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가 모든 가정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며, 반려동물과의 접촉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유전적 요인이나 기존 알레르기 질환, 반려동물의 종류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알레르기를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정기적인 목욕과 빗질을 통해 반려동물의 털과 비듬을 줄이는 것이다. 또한 배설물은 즉시 치우고, 카펫이나 천 소파는 알레르겐이 쌓이기 쉬우므로 자주 청소하거나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환경 관리는 알레르기 증상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제 등의 약물 치료도 증상 완화에 효과적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고,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조치할 수 있다.
강희 교수(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아이들 중 알레르기 병력이 있는 경우 반려동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반려동물의 털이나 비듬이 알레르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이미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는 아이에게는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반려동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면역 세포가 알레르겐을 기억하고 과민 반응을 보이는 ‘감작(sensitization)’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이로 인해 알레르기 증상이 심화되거나 천식, 비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증상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정기적으로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알레르기 증상이 경미하고, 환경 관리 및 약물 치료를 통해 잘 관리된다면, 반려동물과의 동행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반려동물 입양 전 충분한 정보 수집과 꾸준한 환경 관리를 통해 가족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강 교수는 “가족 중 중증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거나,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증상이 발생한다면, 반려동물을 다른 곳에 맡기거나 양육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건강을 위한 신중한 결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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