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내에는 눈에 띄지 않게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들은 의사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고난도의 진료 업무까지 수행하면서도, 법적 지위는 물론 체계적인 교육조차 받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이들의 이름은 진료기록 어디에도 남지 않으며, 책임만 떠안은 채 의료 시스템의 그늘 속에서 오랜 기간 방치되어 왔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병원 현장에서 점점 일반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의료기관의 편의와 효율을 위해 간호사에게 본래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진료행위를 맡기는 일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환자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실제로 많은 간호사들이 “지침도, 교육도 없이 선배의 경험만 보고 따라한 뒤 환자 앞에 섰다”고 증언한다. 이같은 구조는 간호사에게도, 환자에게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지난 6월 21일 간호법이 시행되면서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들에 대한 제도화를 위한 길이 열렸다. 그동안 법적 근거 없이 유지되던 회색지대를 정비하고, 간호사의 전문성을 제도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정부가 최근 내놓은 하위법령은 병원과 의사 중심의 자율 운영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오히려 지금의 불투명한 구조를 방조하는 것에 다름 아니며 그동안의 불법에 대해 면제부를 주겠다는 것이다.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들을 제도화시키는 핵심은 ‘자격’과 ‘교육’이다. 일정한 교육과 평가 과정을 통해서만 업무를 수행하게 해야 하며, 그 관리는 간호 전문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기관이 맡는 것이 당연하다. 대한간호협회가 중심이 되어 교육과 자격을 관리하는 방식이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간호사 보호와 환자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는 유일한 길이다.
이들 간호사들이 환자의 생명을 다루고 있는 지금,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을 제도 밖에 두어서는 안 된다.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들을 제도화하는 것은 더욱이나 직역 다툼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바로 ‘환자 안전’의 문제이며, ‘공공 책임’의 문제다. 국가가 의료의 질을 책임지겠다면 간호사의 전문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체계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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