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 우리나라는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한 풍수해를 겪는다. 2025년 7월 호우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또다시 재해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비단 침수 피해만이 전부는 아니다. 빗물과 함께 찾아오는 또 다른 불청객, 바로 풍수해 감염병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이미 전국 지자체에 감염병 예방 홍보와 감시 강화, 매개체 방제를 요청하며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늘어나는 외국인 유학생 수, 감염병 관리 ‘새로운 숙제’로 부상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체류 외국인 유학생 수가 급증하면서 감염병 관리의 새로운 숙제가 주어졌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교육통계에 따르면 2021년 15만여 명이었던 외국인 유학생은 2024년 20만 명을 넘어섰고 올해(2025년)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숫자의 증가를 넘어, 해외에서 유입될 수 있는 감염병의 집단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질병청은 최근 대학교 보건관리자와 유학생 담당자를 위한 ‘외국인 유학생 관리자 주요 감염병 대응요령’ 안내서를 제작·배포했다. 결핵, 홍역, 백일해 등 대학 내 집단 발생 가능성이 높은 호흡기 감염병에 대한 예방과 초기 대응법을 담은 이 안내서는, 유학생 밀집 환경에서의 감염병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를 방증한다.
빗물에 섞여오는 감염병의 위협: 수인성·식품매개, 모기매개, 접촉성
집중호우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의 감염병 위험을 키운다. 하나는 수인성·식품매개 감염병이다. 하수관 범람 등으로 오염된 물이 상수원에 유입되거나 음식물이 침수되면 살모넬라균 감염증, A형 간염, 세균성 이질, 장티푸스 등 장관감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질병청이 공개한 최근 5년간 자료를 보면 A형 간염은 2021년 6583건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2025년 6월 현재도 631건이 신고됐다. 오염된 물에 노출되거나, 냉장 보관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변질된 음식을 섭취할 경우 식중독 위험도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또다른 유형은 모기매개 감염병이다. 빗물이 고인 웅덩이는 모기의 최적 서식지가 된다. 모기 유충이 급증하면서 말라리아와 일본뇌염 등 모기매개 감염병의 발생 위험이 커진다. 2025년 6월 현재까지도 말라리아 261건이 신고된 만큼, 모기 방제와 개인 예방 수칙 준수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접촉성 감염병이다. 오염된 물에 피부가 직접 노출될 경우 렙토스피라증, 접촉성 피부염, 유행성각결막염 등 안과 감염병에 걸릴 수 있다. 특히, 렙토스피라증은 감염된 설치류나 가축의 소변에 오염된 물을 통해 전파되며, 상처 부위를 통해 인체에 침투할 수 있어 수해 복구 작업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유행성각결막염은 최근 감소 추세이나, 호우로 인한 습도 증가는 바이러스 생존성을 높여 언제든 확산될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 막는 골든타임: 개개인의 예방수칙 준수만이 답
질병청은 “풍수해 감염병은 개개인의 예방 수칙 준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절기 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하며 감염병 대응을 위한 비상근무에 돌입했지만, 재난 상황에서의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수적이다.
수해 발생 시 감염병 예방수칙 핵심을 정리하면 ▲손 위생 철저 ▲안전한 물과 음식 섭취 ▲모기 퇴치 및 예방 ▲피부 노출 최소화 ▲증상 발현 시 즉시 진료 등이다.
집중호우로 인한 물리적 피해 복구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감염병의 위협에 대비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다. 지금이야말로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감염병 예방 수칙을 생활화해 빗물과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들을 막아낼 ‘골든타임’이다. 의료 시스템의 부담을 줄이고 더 큰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정부와 국민 모두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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