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국회 보건복지위원)과 김예지 국회의원(국민의힘, 국회 보건복지위원)이 지난 6월 27일 공동 발의한 ‘마음건강심리사 및 마음건강상담사에 관한 법률안’(이하 ‘마음건강심리사법’)에 대해 기존 정신건강 체계와 충돌하고 국가자격제도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정신건강 전문가와 관련 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신간호사회, 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정신건강임상심리사협회 등 정신건강 분야 63개 단체와 66개 사회복지학과 대표 교수들은 지난 7월 9일 국회를 항의 방문해 해당 법률안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국가가 운영 중인 정신건강 전달체계를 무시하고 새로운 자격체계를 만들려는 시도는 비효율적이며 위험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마음건강심리사법’은 국민의 마음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마음건강심리사’와 ‘마음건강상담사’라는 새로운 국가자격을 신설하고 이들만이 심리 및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기존의 ‘정신건강복지법’ 체계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정신건강복지법은 간호사,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등 다양한 전공의 전문가들을 ‘정신건강전문요원’으로 양성해 심리상담과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약 2만 명에 이르는 이들 전문 인력은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 병원, 학교, 복지시설 등에서 실질적인 상담 및 지원 활동을 수행 중이다.
정신간호사회 관계자는 “정신건강은 단순한 ‘마음의 문제’가 아닌, 건강-문제-질환으로 이어지는 연속선상의 개념”이라며 “심리학이나 상담학만이 전문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 간호학, 사회복지학 등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법안이 심리학·상담학 전공자만이 상담 자격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도 도마에 올랐다.
법안 발의 설명서에는 외국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다수 국가에서 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전문가 등이 심리상담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특정 전공자에게 상담 자격을 독점시키려는 시도로 비판받고 있다.
법안이 ‘심리서비스’와 ‘상담서비스’를 마음건강심리사·상담사 외에는 제공할 수 없도록 한 점도 논란이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30년 가까이 상담과 예방 활동을 수행해온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의 활동을 원천적으로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신건강복지법에 기반한 기존 시스템을 무시하고 새로운 자격을 신설하는 것은 행정력 낭비일 뿐만 아니라 국민 정신건강서비스의 질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며 “정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자격법이 아니라, 기존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양성과 활용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편, 이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법률안의 입법 절차 중단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을 통한 상담 전문성 강화 ▲정신건강전문요원 직역의 참여 보장 및 공개적 논의 과정을 요구했다.
정신건강 전문가 단체들의 반발이 확산되는 가운데 ‘마음건강심리사법’ 논란은 국민 정신건강 정책의 방향성과 전문성 인정 범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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