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 4시. 고요한 산속 숙소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하루가 열린다. 11일째를 맞은 ‘치유와 동행’의 여정은 고단함 대신 미소로 아침을 맞는다.
잠에서 덜 깬 눈으로 방문을 열면, “좋은 아침입니다!” 환하게 웃는 선생님들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 이곳의 시간은 지친 이들을 쉬게 하고, 아픈 이들을 따뜻하게 감싼다.
칠절봉 넘는 길, 그리고 용늪의 숨결
오늘 일정은 만만치 않다. 험준한 칠절봉 능선을 넘어 진부령까지 이어지는 산행. 차량 진입이 어려운 탓에 일부는 산 아래에서 대기하게 되었지만, 그 덕분에 잠시 동해 바다를 바라보는 여유도 누릴 수 있었다. 짧은 숨 고르기, 짧은 웃음. 그리고 다시 이어진 여정.
이른 점심 후, 일행은 유네스코 보호지역인 ‘용늪’으로 향했다. 깊은 산속에 숨겨진 고요한 습지. 자연 그대로의 생명력이 꿈틀대는 그곳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맑아지는 공간이었다.
“이런 데 처음 와봤어요.”
“4년 만에 다시 왔네요.”
참가자들의 감탄이 이어진다.
숲 해설사의 설명을 따라 걷는 길. 제비동자꽃, 노루오줌처럼 이름조차 낯선 들꽃들과의 만남. 알러지로 고생하는 참가자에게 연고를 발라주며 함께 걷는 길은 어느새 모두에게 치유가 된다.
하루의 끝, 다시 시작되는 간호의 손길
숙소로 돌아오자, 경로당 1층 한켠에 마련된 작은 간호돌봄봉사팀의 치료소엔 이내 ‘환자’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발목 염증으로 병원을 다녀온 분은 다시 고정을 요청하고, 슬리퍼를 신은 채 며칠간 걸어 발이 갈라진 분에게는 바세린과 비닐로 정성껏 감싸드린다.
“어제 해줬는데 너무 좋았어요.”
가장 먼저 간호돌봄봉사팀을 찾은 한 참가자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진다.
오른쪽 무릎 통증으로 체중을 왼발에 실었다가 결국 발바닥에 물집이 생긴 참가자. 간호돌봄봉사팀은 무릎을 고정하고 발에는 압박붕대를 감아준다. 갑작스러운 코피, 근육통, 발목 염좌, 허리 통증까지… 분주한 손길 속에서도 간호돌봄봉사팀의 응급처치는 침착하다.
이곳은 어느 병원보다 따뜻한 ‘손길’이 있는 곳이다.
"감사하다"는 말에 담긴 또다른 감사함
무엇보다 인상 깊은 건 케어를 받는 이들의 표정이다. 진지한 손길, 조심스러운 물집 처치, 바세린 한 겹의 부드러움이 발에, 다리에, 등에 얹힐 때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흐른다.
의료진은 말한다.
“별거 아니에요.”
하지만 그 ‘별거 아닌’ 손길이 오늘 하루, 이 산중에서 가장 큰 위로가 된다.
함께 식사하며 마무리하는 하루
저녁 무렵, 참가자 전원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한다.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식탁 위엔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연대가 차분히 스며든다.
자연이 전하는 숨결, 사람의 손이 전하는 온기, 그리고 여운처럼 남는 하루.
칠정봉 아래, 간호돌봄봉사팀의 따뜻한 손길은 오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었다.
특별취재팀 news@koreanursing.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