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9-28 오후 16:27:25

◇ 상황극 활용해 상대 입장 연기하며 자기성찰
◇ 시뮬레이션 교육 통해 평소 해결방안 훈련
◇ 전문가 위원회 구성해 체계적인 상담과 지원

　#1 신장암 판정을 받은 김 할머니의 아들은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미룬 채 병명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김 할머니가 병명을 알고 싶다고 하자 간호사는 갈등을 겪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보호자를 설득해 할머니가 남은 생을 준비할 수 있도록 병명을 알려 준다.

　#2 A간호사는 병동 상황과 관계없이 간호기록 입력 등 자신의 행정업무부터 우선 처리하는 B간호사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의 역할을 바꿔 행동해봄으로써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개선방안을 찾도록 한다.

　간호사들은 임상현장에서 다양한 윤리갈등을 겪는다. DNR(심폐소생술금지) 상황에서의 갈등, 난동을 부리는 환자를 어느 선까지 존중할 것인가에 대한 갈등, 신입간호사와 경력간호사의 세대 차이에서 오는 갈등 등 여러 가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때 `상황극'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윤리갈등 상황을 시나리오로 쓰고 간호사들이 직접 배역을 맡아 연기를 해보는 방법이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관찰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자기성찰의 기회를 갖게 됨으로써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근 병원간호사회는 간호윤리 상황극 콘테스트를 열어 윤리갈등 사례를 무대 위에 펼쳐 놓고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기회를 제공해 호응을 얻었다.

　콘테스트 심사위원을 맡은 엄영란 순천향대 간호학과 교수는 “상황극은 윤리갈등 상황에 함몰되는 것이 아니라 한 발짝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지켜보면서 성찰하고 질문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며 “환자와 동료 등 다른 사람의 입장을 연기하면서 이해하게 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환자중심 윤리에 지나치게 치우친 나머지 간호사(의료인)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면서 “상황극은 개인중심 사고에서 다자적 사고로, 환자중심 윤리에서 간호사를 고려한 동등한 사고로, 의무와 책임 위주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간호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상황극 콘테스트에 참여했던 구양희 동국대 일산병원 간호사는 “상황극을 준비하고 직접 연기를 하면서 투약오류를 비롯 현장에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윤리적 갈등에 대해 고민하고 질문해 보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윤리적 갈등에 부딪히게 되면 상황극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성희 한국의료윤리학회 부회장(가톨릭대 간호대학 교수)은 “윤리적 딜레마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훈련할 수 있도록 평소 시뮬레이션 교육 등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문가가 포함된 위원회를 통해 간호사들이 상담을 받고 해결방법을 함께 의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정미기자  jmkim@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