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1-12-27 오전 11:13:29

소설 6편, 수기 17편을 글쓴이들의 노고를 생각해 정성껏 읽었다. 사람 생명의 존귀함을 누구보다 가까이 느끼고 있는 수호천사들의 손길에 의해 빚어진 글들이라 그 진지함이 다른 어떤 글들보다 돋보였다.
　
소설부문은 아쉽게도 그 양이나 질에 있어 지난 해 수준에 비해 다소 뒤진다는 느낌이었다. 소재가 괜찮다 싶으면 구성이 엉성하고 주제의식이 좋으면 그것을 형상화하기 위한 표현력이 많이 모자랐다. 전반적으로 소설적 긴장감이나 매력 있는 캐릭터 보여주기에도 아쉬움이 많았다.

　다음 세 편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았다. `인연'(김은영), `지상에서 남기는 마지막 한 마디'(정승례) `내게 주어진 의미'(원희수).

　'인연'은 미혼모를 각오한 주인공 화자의 시니컬하면서도 담담한 심리의 흐름이 작품의 분위기를 지배한다. 그런대로 우리 소설의 체취를 익힌, 유망한 작가 지망생의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어머니와의 만남을 통한 결말 처리도 자연스럽다. 다만 과거 회상 처리 등 이야기의 구성에 좀더 신경을 썼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나머지 두 작품의 수준이 많이 뒤져 `인연'을 당선작으로 하는데 아무런 주저도 없었다.

　죽어가는 사람들의 유언수집에 모든 것을 쏟아붓던 주인공의 자기 유언 남기기를 다룬 `지상에서…'가 장황한 설명, 구성의 단조로움에도 불구하고 가작에 오른 것은 어느 노숙자의 죽음을 다룬 `내게 주어진 의미'가 수기 수준의 서술에 머물었기 때문이다.

　수기부문에서는 체험의 절실함, 서술의 진실성, 역경극복의 의지 등을 기준 삼아 다음 두 편의 입상작을 내기로 했다.

　당선작인 `준비없는 이별'(신화자)은 우리가 어느 날 불현듯 당할 수 있는 불행에 대해 생각케 한다. 아침에 손을 흔들며 나간 열세살 아들의 죽음 소식을 접한 엄마로서의 그 절규와 아픔이 사려 깊은 사유로 승화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하는 이 글은 수기 이상의 감동으로 우리의 가슴에 남을 것이다.

　가작에 뽑힌 `이 세상에 절대 공짜는 없다'(박정순)는 50이 넘은 나이에 박사학위를 받아낸 학구열과 오직 최선을 다한다는 신념으로 버텨낸 글쓴이의 집념이 놀랍다. 앞부분을 생략하고 좀더 차분하게 구체적으로 공부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서술했더라면 더 좋은 글이 되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차영일)은 신생아실에 근무하는 글쓴이의 밝고 예지로운 생활모습이 매우 인상적인 데다 어느 해 중환자실에서 만났던 한 환자와의 얘기로 큰 감동을 주는 글이지만 지난 해 가작에 입상한 분의 글이라 다시 가작에 넣기도 뭣해 입상권에서 제외했다.

　입상자들은 같은 부분에 다시 응모하지 않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선에 들지는 못했어도 `살고 싶은 곳'(김윤자), `가을 날의 동화'(박진경) 등 두 편은 입상작 못지 않은 좋은 글이었다는 것을 밝혀둔다.

　뽑힌 이들에게는 더 정진하라는 말로 축하를 대신한다.

전 상 국(소설가·강원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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