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4-01-29 오전 09:08:00

지난해 12월 26일 중국 광저우에서 첫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의심환자가 발생한 이후 비상근무에 들어간 국립인천공항검역소 검역관들은 설 연휴도 반납한 채 사스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24시간 비상방역근무에 여념이 없다.

이들 국립인천공항검역소 검역관 58명 중 간호사는 모두 18명. 특히 사스 등 전염병 유입을 막는 최일선에서 이들 검역관들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검역과장과 검역1·2사무관 모두가 간호사 출신이다.

신상숙 검역과장은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질병통제센터(CDC) 등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사스가 다시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간호사 검역관들은 사스의 국내 유입을 막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로 방역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명화 검역사무관은 "검역관리와 사스 등 전염병관리 업무에 간호사 검역관들은 임상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맡은 역할은 매우 크다"며 "1개월째 비상근무가 이어지는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사스 의심환자에 대한 관리에 큰 몫을 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경희 검역사무관도 "보건직제한경쟁특별임용시험을 통해 선발된 간호사 출신 검역관들은 각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보건복지부 내 여러 부서장으로부터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 검역관들은 최근 중국 광저우와 홍콩에서 산발적인 사스 의심환자가 발생함에 따라 이들 지역으로부터 매일 입국하는 4500여명 승객들을 대상으로 적외선 열감지 카메라를 통해 발열 검역에 나서고 있으며 입출국 승객들에게는 사스예방을 위한 홍보를 실시하고 있다.

또 인천공항 2층에 마련된 검역소 민원실에서는 출입국자를 대상으로 예방접종, 각국 전염병 정보 및 증명서 발급 등을 제공해 주고 있다.

간호사로 10여년째 검역관으로 일하고 있는 민원실의 이미령 계장은 "국민건강을 위해 사스 등 전염병에 대한 위험을 여행객에게 미리 홍보하고 전염병을 예방하는 검역관 일에 보람을 느낀다"며 "여행객에게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황열에 대한 주의사항을 중점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사스 발생 이후 국립인천공항검역소에는 5명의 검역관이 늘었으나 지난 연말 이후 김포공항과 청주공항에 검역관이 추가 배치되고 1개월째 비상근무가 이어지면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사스경보가 발령됐던 지난해 3월 중순부터 7월까지 중국·홍콩·싱가포르·대만·베트남 등 사스환자 발생국에서 입국했던 58만4956명에 대한 철저한 검역 덕분에 사스 유입을 막을 수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격무로 인한 심한 고열로 간호사 검역관이 사스 의심환자로 격리 조치된 사례까지 발생했다.

당시 사스 의심환자로 격리됐던 김수경 검역관은 "보통은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지만 비상근무에 들어가면 10시간 이상은 추가 근무해야 하기 때문에 검역관들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며 "당시 격무로 인한 고열로 21일간 외부와 격리되면서 가족에게 큰 걱정을 안겨주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검역관들의 이같은 노력결과 지난해 8월에 열린 사스방역보고대회에서 인천공항검역소는 사스 우수방역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대회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은 검역관들에게 "대통령이 돼서 공무원 때문에 감동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백찬기 기자 ckbaik@nursenews.co.kr

백찬기  ckbaik@nursenews.co.kr